카드업계가 고금리·경기 둔화의 벽에 부딪히며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카드업계가 본업인 신용판매가 아닌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중심의 수익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불어난 카드론 연체율 상승에 앱 전면 개편과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확대 등 돌파구 마련 움직임이 분주하다.

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롯데·비씨·삼성·우리·하나·현대·NH농협카드 등 9개 전업 카드사 카드론 수익은 2019년 3조9119억원에서 2020년 4조1025억원으로 늘었다. 이어 2021년 4조3663억원, 2022년 4조3824억원, 2023년 4조5327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에는 5조9억원까지 치솟았다.


경기 둔화기에 급전 수요가 늘자 소위 돈이 되는 카드론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카드론은 전통적으로 금리가 10%대 중후반에 형성돼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지난 4월말 기준 9개 카드사의 평균금리는 13.17~15.59% 수준에 달한다.

전체 수익에서 카드론으로 번 수익 비중 역시 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론 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22.3% ▲2024년 23.9% ▲올해 1분기 23.8%까지 확대됐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2조5005억원으로 직전 달 42조3720억원과 비교해 1285억원(0.3%) 늘었다.

다만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카드론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카드업계가 통상 연체율 2%를 위험 수위로 보는 가운데 일부 카드사들은 이미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카드 연체율은 2.15%로 2014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우리카드는 1.87%,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역시 각각 1.61%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이자 수익 확대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신용판매 본업 수익의 부진이 자리한다.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면 가맹점은 카드사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이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핵심 영업수익원이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18년간 15차례 인하됐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페이 등 간편결제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기술 개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수익 기반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가 지난해 벌어들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8조1862억원으로 전년(8조1023억원)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탈카드론 본격… 앱 개편에 PLCC 손질

전통적인 카드 결제 업무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앱 손질이 대표적이다. KB국민카드는 최근 'KB페이 3.0'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KB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대면 채널 마케팅과 고객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품·서비스 가입 과정을 개선·고도화해 기존 고객을 락인(Lock-in)하고, 신규 고객 유치도 강화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신한카드 역시 최근 미래 핵심 고객 확보를 위해 10대 고객만을 위한 금융 플랫폼 'SOL페이 처음'을 론칭, 하나카드는 대표 상품 '트래블로그'를 중심으로 앱을 개편했다.

충성도 높은 회원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PLCC 프로젝트 조직을 설치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PLCC는 특정사와 독점 제휴를 맺고 해당 업체 이용 시 혜택을 주는 카드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가져다주는 고정 이용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마케팅 등 비용을 제휴사와 분담한다는 점도 카드사들에게는 긍정적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금 조달 구조 개선 역시 카드사들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국내 채권(여전채) 발행에 편중된 조달 구조로는 고금리 시기에 카드사들의 차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한 조달금리 절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지난달 한국신용카드학회 세미나에서 "ABS 발행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추거나 외화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조달원을 다원화해야 한다"며 "연체율·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용등급 개선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등급 1등급 상승 시 카드채 발행금리는 0.1~0.4%포인트 떨어지고 총자산수익률(ROA)도 최대 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카드슈랑스 확대 등 보험사와의 업무 제휴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슈랑스는 카드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 수익을 얻는 사업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모집 대행만이 아니라 보험과 카드 간 상품 결합을 통해 소비자의 복합적 금융 수요 충족 및 생활편의를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보험료 카드 납부는 소비자에게도 여러모로 유리하고 보험 계약의 장기유지 가능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보험사에도 유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