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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위성 쏘아올리는 한컴, 무슨 돈으로?
② 아로와나는 누구 꺼?… 회장님의 수상한 행적
③ 돈 벌기에 진심인 한컴…직원 챙기기 나몰라라
④ 공공오피스 시장 독점한 한컴... 이대로 괜찮을까
① 위성 쏘아올리는 한컴, 무슨 돈으로?
② 아로와나는 누구 꺼?… 회장님의 수상한 행적
③ 돈 벌기에 진심인 한컴…직원 챙기기 나몰라라
④ 공공오피스 시장 독점한 한컴... 이대로 괜찮을까
한글과컴퓨터가 장악한 공공기관 소프트웨어(SW)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현 인천 계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재직 시절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한컴오피스 사용 독점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오피스 SW 생태계를 다양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탈 한컴' 선언... 변화 시작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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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지사는 2020년 10월 경기도의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클라우드 시대의 웹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오픈소프트웨어 도입을 확대해 2022년까지 디지털 문서 표준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도 홈페이지와 산하 공공기관의 웹 서비스에 첨부하는 문서는 개방형 워드 문서형식(.odt)과 국제표준문서(.pdf)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이 같은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경기도를 포함한 다수 공공기관에서 활용하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특정 프로그램에 종속돼 개방형 문서 표준(ODF)과 어긋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에 사용이 불편하다는 게 추진 이유다. 게다가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이 원활하지 않아 기계 판독에 힘이 들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경기도의 '탈 한컴 선언'으로 불린다. 한컴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공공영역이 핵심인 만큼 경기도 같은 주요 고객의 이탈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컴은 부랴부랴 지난해 4월 개방형 문서 표준 'HWPX'를 아래아한글 기본 문서 형식으로 개편했다. 아래아한글 기본 문서 저장 형식 'HWP'가 아닌 방식으로 바뀐 건 33년 만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경기도를 필두로 한컴 핵심 고객인 공공기관들 사이에 탈 한컴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한컴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본다.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현재 문서 표준 포맷을 개방형 문서 포맷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무원전자문서저장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공공문서 작성 방식을 과거 폐쇄형 문서 포맷에서 개방형 문서 포맷으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시대 정부 문서의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실상 표준인 한컴 '아래아한글'과 같은 문서포맷은 문서 내에서 키워드나 파일명 검색은 유효하지만 파일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개방형 문서 포맷은 파일 내용 전체 검색 등 지능형 문서 사용도 가능하다. 행안부 방침 이후 공공기관에서 hwpx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 등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형식의 문서 파일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뿌리 깊은 SW 독점 문제... "제품 다양화는 지극히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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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피스 SW 시장은 MS오피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컴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추산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MS 독점을 견제하자는 이유로 국산 SW 한컴오피스를 고집하고 있지만 민간 등에서 사용하는 파일형식이 달라 문서 호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급기야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시켜주세요'라는 글까지 게재됐다. 공공기관이 HWP를 고수하는 바람에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한컴오피스를 편애할수록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일한 토종 오피스SW 한컴오피스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국민 편익을 위해 SW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된 배경으로는 새로운 국내 오피스SW가 다수 등장했다는 것이 꼽힌다. 경쟁력 있는 SW들이 출시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받고 있다.
현재에도 'POLARIS오피스', 티맥스 'TO오피스' 등 다양한 국내 오피스SW가 시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오피스SW가 경쟁해야 MS오피스와의 호환성이 높아지고 국민들도 편리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개방형 문서 포맷(Open Document Formats·ODF)을 표준으로 삼는 추세다. 영국은 문서 표준으로 ODF를 채택해 국민들이 정부 문서를 열람할 때 원하는 오피스SW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다른 SW업계 종사자는 "해외에서는 종속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정부 문서에 ODF를 의무 채택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강제 규제가 없다"면서 "다양한 오피스 솔루션이 기회를 얻고 시장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공 시장에서의 ODF 필수 채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