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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기존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의 신규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을 내년 5월 출시한다.
당초 대환대출 플랫폼은 지난해 9월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과 핀테크 업체 간의 이견으로 출시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엔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범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개인대출을 대상으로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가 참여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내년 5월 개시할 계획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소비자가 여러 대출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금융기관 방문 없이 기존 대출을 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비대면·원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여러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비대면 원스톱(One-stop) 플랫폼을 말한다.
금융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금융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하나의 플랫폼에서 금융사들의 금리 수준을 비교한 뒤 금리가 가장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하는 플랫폼에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운영 중인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환대출 플랫폼, 핀테크는 반기지만 은행은 볼멘소리
금융위는 당초 지난해 9월말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범할 계획이었지만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미루고 독자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핀테크 중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하고 이들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월 기준 3.98%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논의가 재점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각에선 핀테크 업체와 전통 금융사 간의 이견을 좁히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금융위는 기존 금융사도 비교·추천체계 검증 등 대출 비교 플랫폼 운영 방향을 협의해 겸영 업무로 영위할 수 있도록 기존 금융사 앱(창구)을 통해서도 대출 이동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된 방안을 내놨다.
우선 핀테크 업체들은 이전과 같이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반기고 있다.
비대면 대환대출이 본격화되면 핀테크 업체들은 대환대출을 통한 중개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기대출 보유자들도 신규 고객이 될 수 있어 수익원을 늘릴 기회"라며 "금융당국 계획에 맞춰 대환대출 플랫폼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 핀테크에 대한 중개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고객 락인효과가 사라져 은행들은 자칫 금리 경쟁 속에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에 대출 상품을 공급하는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사의 핀테크 종속 우려, 중개 수수료 부담 증가, 금리인하 경쟁 심화 등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어 금융위가 내년 5월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까지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고객 이탈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플랫폼 사업의 성장 측면에선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