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에도 사회초년생들은 '자산 관리'라는 장벽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금리 시대에도 사회초년생들은 '자산 관리'라는 장벽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취업엔 성공했지만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여전히 불안하다. 무엇보다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저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A씨는 "서울 집값이 최소 5억원을 넘은 상황에서 10년 내 월급 만으로 자가 주택 마련은 헛된 꿈"이라며 푸념했다.

유례없는 고금리 기조에도 2030세대들은 여전히 '자산 관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사회초년생에게 '돈'은 금방 사라지기 일쑤다.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다 자취까지 한다면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높은 물가 앞에서 박봉으로 자산 불리기는 언감생심.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돈이란 장벽에 부딪힌 이들에게 돌파구는 없는 걸까.

버거운 자산 불리기… "물가는 상승기, 월급은 정체기"

사회초년생들은 적금에 가입도 하고 주식에 투자도 하고 싶지만 월급이 적고 지출은 많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회초년생들은 적금에 가입도 하고 주식에 투자도 하고 싶지만 월급이 적고 지출은 많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취업한 지 1년쯤 된 이모씨(여·24)는 "1만원 가지고 점심 먹기도 빠듯한 요즘, 월급 빼곤 다 오른 것 같다"며 "반드시 사용해야 할 금액만 남기고 틈틈이 저축했지만 돈을 모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적다"고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도 "조금씩이라도 모아 보고는 마음에 적금을 선택했다"며 "주식은 힘들게 모은 돈을 한 번에 잃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 한모씨(여·25)는 정기적금과 자율적금에 각각 1개씩 가입했다. 그는 자율적금에 대해 "매달 지출하는 비용이 제각각인 만큼 마지막 주 잔액에 따라 (자율적금 통장에) 넣는 액수가 달라진다"며 "한 달 동안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쓴 보람이 느껴져 뿌듯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금리 인상 기조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적금 기한이 만료되면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지도 고민거리"라고 하소연했다.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사회초년생도 있다. 이모씨(남·24)는 "주식으로 얻은 돈과 잃은 돈이 거의 비슷하다"며 "그나마 푼돈으로 돈벌기 가장 쉬운 방법이 주식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괜히 '티끌 모아 티끌'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적은 월급으로 써야 할 곳에 쓰면서 돈을 꾸준히 모으기 힘들기 때문에 '한방'을 노리는 2030세대가 많다"고 덧붙였다.

재테크 초보들, '이것'부터 챙겨라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2030세대에게 '목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2030세대에게 '목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재테크를 처음 시작한다면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초년생은 월급은 적은 반면 욜로·플렉스 마인드 등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 특징이 있어 목돈 마련이 힘든 상황이다. 머니S가 방황하는 사회초년생을 위해 시중은행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만나 맞춤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 시그니처센타 PB팀장은 사회초년생에게 목돈 마련 '꿀팁'으로 ▲고정지출 비용 제외 후 남은 액수에서 저축 금액 계획하기 ▲신용카드 지양·체크카드 사용 등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초년생이 주로 하는 실수는 선지출 후저축"이라며 "매달 고정으로 저축하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어떤 달에는 저축할 금액이 남지 않아 목돈을 마련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저축하려면 우선 본인이 매달 고정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제외한 금액에서 본인이 계획한 만큼 저축하고 나머지 금액을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김 팀장은 "재테크를 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들여야 하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제시된 솔루션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성인이 되면 어렵지 않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중에 돈이 없더라도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젊은이가 많은데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자칫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소비를 유발하는 신용카드 대신 자신이 가진 금액 내에서만 지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가 합리적 소비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벌기보다 중요한 돈관리… 사회초년생 재테크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2030세대에게 저축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2030세대에게 저축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목돈 마련에 성공했다면 이를 잘 굴려서 최대한 수익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본인의 투자 성향이 안정형인지 공격(리스크 추구)형인지를 알아야 한다. 김 팀장은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예·적금과 위험 요소가 있는 주식·펀드 등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좋다"며 "안정형이라면 예·적금에 60~70%, 주식이나 펀드에 30~40%로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이 적은 사회초년생은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는 주식·펀드보다 조금이지만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예·적금이 자산을 늘리는 데 유용하다. 특히 안정형일 경우 적금과 주식에 함께 넣는 것보다 예·적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예·적금 중에서도 적금을 1순위로 꼽는다. 예금은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3%대를 맴도는 반면 적금은 5%대를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한 PB는 "고액의 돈을 한 번에 넣고 일정 기간 유지하는 예금보다 매달 소액의 돈을 넣는 적금이 부담도 적고 이윤도 크다"고 조언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2030세대에게 저축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2030세대에게 저축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그렇다면 어떤 적금상품이 좋을까. 요즘처럼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선 단기 적금상품을 눈여겨 보자. 3~6개월 혹은 1년 이내인 단기 적금상품 2~3개에 가입해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이익이다.

투자 성향이 공격형일 경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산을 불리는 속도가 느린 예·적금과 달리 수익률에 따라 한 번에 돈을 불릴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의 한 PB는 "아직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은 리스크가 큰 주식보다 적립식 펀드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적립식 펀드는 주식과 채권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바뀌기 때문에 정기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매비용을 평균화해주는 '코스트 에버리지 효과'가 최대 장점이다. 이 PB는 "적립식 펀드는 매달 일정 금액을 넣을 수 있어 부담이 적다"며 "하락장이더라도 신규 투자금이 꾸준히 펀드로 유입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면 수익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 시점을 분산하면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특히 장기 투자할수록 위험이 분산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