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렌탈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로 매각이 확정될 경우 향후 SK렌터카와 합병으로 인해 소액주주의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지난 3월 호텔롯데와 롯데렌탈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 심사가 끝나면 어피니티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17%를 1조5729억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주당 매입가격은 7만7115원으로 현 주가 대비 2배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만 어피니티는 향후 기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상쇄할 계책이다. 신주 발행가격은 2만9180원으로 전체 평균 매입단가를 약 16% 낮출 수 있다.

반면 기존 소액주주의 경우 늘어난 유통 주식물량 탓에 투자 손실이 예상된다. 여기에 SK렌터카와의 합병까지 이뤄진다면 더 큰 투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인수했다. 렌터카업계 국내 1위인 롯데렌탈 점유율은 20.8%, 2위인 SK렌터카는 15.7%다. 투자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앞으로 두 회사를 합병해 렌터카 시장의 독보적 1위 사업자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다면 추후 매각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다.


현재 어피니티의 SK렌터카 지분율은 100%이다. 롯데렌탈 인수 후 본안대로 유상증자까지 마치면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지분율은 63.5%가 된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어피니티의 지분율은 더욱 견고해지고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익은 더 미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로 어피니티가 지분율을 끌어올리면 추후 합병에서 소액주주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로고=롯데렌탈

합병과정에서 SK렌터카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려 어피니티의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합병을 통해 어피니티의 지분율을 높이고 향후 통합회사의 매각에 유리하도록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락앤락의 자진 상장폐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피니티는 2017년 락앤락 지분 64%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는데 이후 실적 정체로 주가가 5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자 지난해 두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 폐지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어피니티가 락앤락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당시 평균 매매가는 8750원이었다. 이는 주당순자산가치(BPS)에도 미달하는 금액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김민국 대표는 "롯데렌탈 사례에서도 상장 폐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상장폐지를 할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각에 훨씬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 시 주주가 어피니티 하나로 단일화되기 때문에 추후 재매각도 쉬워지고 합병에 이어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경우 락앤락처럼 소액주주의 권익이 일방적으로 무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구조적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소액주주 소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경영상의 필요 때문에 하는 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낳는다"며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주주의 재산권을 직접 변경하거나,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개정과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자본시장법개정이 신속하게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