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최대주주인 하림의 후진적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면서 창업주 김홍국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특별좌담회에 참석했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뉴스1
팬오션 최대주주인 하림의 후진적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면서 창업주 김홍국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특별좌담회에 참석했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하림의 핵심 엔진 된 팬오션… 지주 매출 절반 차지
②롤러코스터 업황에… 팬오션, 리스크 관리 가능할까
③팬오션 최대주주 하림, ESG경영 강화


재계 서열 27위(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 기준)인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포함해 국내외에 87개(2022년 9월30일 분기보고서 기준, 국내 상장사 5곳·국내 비상장사 48곳·해외 비상장사 34곳)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총액 15조원의 대기업이다. 과거 경영승계와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지주회사 전환 등 투명경영과 보다 개선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하림을 주무르는 손, 장남 회사 '올품'

하림을 이끄는 창업주 김홍국 회장은 회사를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논란 앞에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0월 하림 계열사들이 김 회장 장남이 최대주주인 개인회사 올품을 부당지원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 동일인(총수)인 김 회장은 2012년 1월 장남 김준영씨에게 한국썸벧판매(現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이에 김씨는 제일홀딩스(現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현재까지 이어졌다.

한국썸벧판매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회사가 되면서 하림에서는 한국썸벧판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구조가 안착됐다.


공정위도 하림 계열사들이 총수와 회사의 개입을 통해 동물약품 고가 매입과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매각으로 올품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하림그룹 지배구조.(단위:%)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디자인=이강준 기자
하림그룹 지배구조.(단위:%)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디자인=이강준 기자

올품은 종계 사육부터 사료 생산, 사육과 가공, 유통 등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운영하는 업체로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은 2011년 1월쯤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한국썸벧판매(現 올품)와 한국썸벧(한국인베스먼트→ 한국바이오텍)을 지주회사 체제 밖에 존치시키면서 이들 회사들을 하림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하게 만들어 사실상 하림그룹 전체를 지배토록 했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씨는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한국바이오텍과 올품을 통해 각각 16.69%, 5.78%의 하림지주 지분을 보유했다.

하림지주의 개인 최대주주는 아버지인 김 회장(21.1%)이지만 김씨 개인 회사를 활용한 총 지분은 22.47%로 사실상 최대주주다. 두 사람의 하림지주 전체 지분은 43.57%로 이를 통해 전체 하림 계열사를 주무른다.

'경영 투명성' 결여에도 당당

최근 세계 기업들은 앞다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매진하지만 김 회장이 이끄는 하림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김 회장의 장남 김씨는 2018년 하림지주에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2021년 공정위 제재를 비롯한 편법 경영승계 논란이 불거지자 이직했다.

김씨는 이직으로 논란을 피하려 했지만 자리를 옮긴 곳이 하림과 전략적투자자 관계를 이어온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였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JKL파트너스는 2015년 김 회장이 1조원 규모의 팬오션 인수 당시 하림과 컨소시엄을 이뤘던 회사이자 20년 넘게 파트너십을 유지한 회사다.

김 회장이 초창기 지배구조를 설계하고 홈쇼핑 사업 인수 기획 등 굵직한 경영 행보를 보일 때마다 함께 했던 회사인 만큼 이곳으로 이직한 장남 김씨의 행보는 사실상 경영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공정위의 계열사 부당지원 제재와 관련해서는 현재 2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그리고 장남의 직업선택과 공정위 제재와는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림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항변한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전문성을 평가해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정식 정차를 밟아 승인했다는 것.

팬오션 최대주주인 하림의 후진적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2021년 10월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림그룹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설명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팬오션 최대주주인 하림의 후진적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2021년 10월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림그룹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설명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하림 계열사 NS홈쇼핑은 2022년 3월 장덕순 전 이리신광교회 목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팬오션에선 김 회장 지인 홍순직 전 전주대학교 총장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홍 전 총장은 김 회장과 전주대를 운영하는 신동아학원 이사를 지냈는데, 이때 인연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과거 전주비전대 총장 재임 시절 회계부정이 적발돼 사임한 전력이 있어 사외이사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많다.

실업고와 야간대 출신 인사 모임으로 알려진 청야에서 김 회장과 친분을 쌓은 권점주 전 신한생명 부회장도 하림지주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회장과 친분이 있는 이들이 각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오면서 하림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경영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지만 하림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선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각 계열사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을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 승인된 것"이라며 "회장과의 친분만으로 사외이사에 앉았다는 논리 자체가 억지"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 진단은 다르다. 사외이사 선임은 법적 절차뿐 아니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김도영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는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가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객관적인 비판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객관성이 결여됐다면 결국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며 "변화가 빠른 글로벌 기업환경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회사 경영진의 거수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