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사진은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안전 헌장 선포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 근무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여야 대표가 이를 두고 날선 논쟁을 벌였다. 이에 양당 대표의 TV토론이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이 된 건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한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김 대표의 아들이 암호화폐 투자사 임원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김기현 대표가 답할 차례입니다"라고 적으며 김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9일 한 언론은 김 대표의 아들이 블록체인 업체에 종사한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의 모회사는 수조원대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자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다급하긴 다급한가 보다. 제대로 확인도 안 된 일부 보도를 가지고 마치 무슨 호재라도 잡은 양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제 아들이 '㈜언오픈드'라는,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 벤처기업(블록체인 산업 관련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위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며 "그 회사가 취급하는 사업과 제 과거 발언을 엮어 억지 논리를 펴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참 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 아들은 누구 아들처럼 도박하지 않는다. 성매매 의혹에 연루된 적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아들을 남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형수님과 형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지도 않는다"며 "자신의 권력과 출세를 위해 아들과 형, 형수님을 짓밟는 짓은 인간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젠 이 대표가 답할 차례다. 이 대표 아들이 상습도박을 한 것은 사실인가. 성매매를 한 것은 사실인가"라며 "아직도 이 대표에게 그 아들은 남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양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TV토론 방식의 '정책 대화'를 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양당은 실무협의진을 구성해 TV토론 관련 협의에 착수했지만 2주가 지난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동안 두 대표는 TV토론이 지연된 책임을 서로에게 미뤘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자꾸 대화가 아니라 논쟁만 하자니까 답답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회의실을 하나 구해 제가 국민의힘 회의실에 가도 좋고 김 대표가 회의실 이 자리에 오셔도 좋다. 로텐더홀에 책상을 놓고 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양당의 협의가 더딘 상황에서 두 대표가 감정싸움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면서 사실상 TV토론 개최는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계속해서 TV토론은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대표가 당을 수습하기도 바쁜데 토론할 여력이 되겠나"라며 "이 대표만 여력이 되면 김 대표가 언제든 TV토론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