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반대하는 의료계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통해 환자의 의료접근권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의료접근성이 개선될 수 없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의료계는 집단행동에 나섰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환자가 사망할 경우 법정최고형(사형)에 처하겠다고 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59조에 명시돼 있다. 1994년에 도입된 이 법안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중단 및 휴업·폐업을 강행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고 해당 의료인은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업무정지,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 조치를 받을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법대로라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의대 증원이 현재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꼴찌다. 하지만 의료문제는 양적으로 단순하게 평가할 수 없다. 한국 의료는 '저수가'를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환자를 돌보면 돌볼수록 병원은 손해를 보게 된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포함해 내과·외과·흉부외과 등 이른바 '바이탈' 분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 분야들은 지금도 전문의 수가 줄고 있는데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의대 증원의 수가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로 분석해 보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보다 의사 노동력에 맞는 수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의료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로 운영되는데 노동력 비중이 높은 바이탈 수술의 경우는 마이너스를, 노동력이 낮은 장비 이용 검사 등은 높은 수가로 책정되는 불공평한 수가제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대신해 수가를 재책정하겠다는 의지는 없을까. 나아가 의료보험 재정이 새어 나가는 것과 예산을 재정비하는 등의 고찰은 없는 것인가. 한국과 비슷한 의료제도를 가진 일본의 경우 의료수가를 한국 대비 3배로 책정, 바이탈 분야에 지원금이 높고 건강보험 국고 지원비율은 한국의 2배다. 그러한 일본에선 지금 의대 정원의 수를 줄이고 있다. 이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경제도 인구도 고속 성장하던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각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문제도 그 중 하나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두고 지금의 논리로 서로의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의대 정원과 수가 인상 그 가운데에서 의료 붕괴의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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