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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디까지 넥슨을 끌고 갈지는 잘 모르죠. 제가 10년쯤 더 하고 나서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그러면서 성장해나갈지도 모르죠. 회사를 경영하면서 길을 몰라 어려웠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답은 늘 있죠. 어떤 답을 선택할지가 고민이죠. 회사의 백년대계 큰 그림은 이미 다 나와있는 것 같아요. 제가 100년을 못 사니까 아쉬울 뿐인데 욕심은 나요." (넥슨의 역사를 담은 책 '플레이' 중)
2년 전 게임 업계에 큰 충격을 안긴 소식이 전해졌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2022년 2월27일(현지시각) 향년 54세의 나이로 미국 하와이에서 세상을 떠난 것. 수많은 도전과 선택을 통해 넥슨을 글로벌 게임사로 키운 김 창업주의 '백년대계' 큰그림은 그렇게 다음 세대의 몫이 됐다.
김정주 창업주는 1968년 2월22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광성고등학교를 거쳐 1991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3년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박사 과정에 다니던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사명 넥슨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라는 뜻한다. 미래의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비전을 담았다.
1996년엔 같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친구 사이였던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최고창의력책임자(CCO)와 함께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어둠의 전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을 성공시키며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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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는 창업주면서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였다. 2006년 넥슨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김 창업주는 넥슨 지주회사인 넥슨홀딩스(현 NXC)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1년 7월엔 NXC 대표이사직도 내려놓고 이재교 당시 브랜드홍보본부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사내이사와 등기이사 타이틀만 유지했다.
김 창업주는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경영 능력도 높게 평가 받았다.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인수는 아직까지 국내 IT업계의 성공적인 M&A로 손꼽힌다. 2011년에는 게임의 본고장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 넥슨이 '월트 디즈니'처럼 모두의 사랑을 받는 지식재산권(IP) 회사로 거듭나기를 꿈꿨다. 디즈니의 임직원과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해 직접 LA로 넘어가 노하우와 경험을 물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현재 넥슨은 영화와 TV 등으로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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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창업주는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길도 꾸준히 모색해왔다.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기부에 힘썼다. 지금까지 기부 약정한 금액은 550억원에 이르며 병원 건립 이후에도 약 28억원의 운영 기금을 기부해 왔다.
2018년에는 넥슨 재단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섰다. 넥슨재단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항상 사회의 주인공'이라는 김 창업주의 뜻대로 어린이 의료 시설 조성, 코딩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장애인 인식 개선과 문화예술 저변 확대 등 다양한 공헌 사업에 적극적이다. 김 창업주가 생전 인터뷰를 통해 "반짝반짝하는 친구들 도와주는 게 정말 즐거워요. 넥슨도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죠. 아무것도."라고 말한 바와 같이 지역 사회에 손길을 건네는 넥슨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새로운 대표의 공식 선임 등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게임 업계 불황 속에서도 장르 및 IP 다각화로 '매출액 4조원'을 눈앞에 두는 등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꿈과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바람의 나라'로 떠난 김 창업주의 비전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