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사진)이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뉴스1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위원장(사진)이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을 예고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을 선언했다. 공정한 성과급 제도 마련 등을 위해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결렬된 영향이다.

전삼노가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면서 향후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머니S는 전삼노 파업을 주도한 손우목 위원장을 30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 29일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 위원장(가장 오른쪽). /사진=뉴스1
지난 29일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 위원장(가장 오른쪽). /사진=뉴스1

전삼노는 전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7일 조합원에게 단체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총파업까지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단체 행동을 진행한 지 닷새 만이다.


지난 28일 진행된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된 게 파업을 촉발했다. 전삼노는 교섭 과정에서 사측 인사 2명을 교섭에서 배제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사측 인사는 지난달 1일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을 에스컬레이터에서 밀어 다치게 한 인물로 전해진다.
지난 2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전삼노 단체 행동. /사진=뉴스1
지난 2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전삼노 단체 행동. /사진=뉴스1

손 위원장은 파업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급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올려달라는 것도, 성과급을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성과급을) 투명하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현재 성과급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경제적부가가치(EVA) 대신 영업이익을 토대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손 위원장 주장이다.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등을 차감한 EVA는 기준이 불분명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본다.

전삼노가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할 경우 삼성전자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의 영향력이 큰 탓이다. 전삼노 조합원은 지난 27일 기준 2만8400명에 달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 중 20% 이상이 전삼노에 가입했다. 삼성전자 사업장 곳곳에 전삼노 조합원이 포진한 점을 감안, 국내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전삼노 단체 행동. /사진=뉴스1
지난 2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전삼노 단체 행동. /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을 이유로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지난해 평균 1억2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직장인 평균 연봉(4000만원대)의 3배에 달한다.


손 위원장은 "파업을 결정했으나 본교섭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사측에서 변화를 가지고 오면 교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