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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차주 몰래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어도 차주에게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현대해상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 B씨를 만나 자신의 차량을 B씨의 자택 인근에 주차하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신 A씨는 B씨의 집에서 함께 잠들었다.
하지만 먼저 잠에서 깬 B씨가 술에 취한채 A씨의 허락 없이 차량을 운전해 지나가던 행인에게 전치 14주의 상해사고를 냈다. 현대해상은 우선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1억4600만원을 지급하고 A씨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차주와 운전자가 공동으로 1억4600만원을 현대해상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운전자는 판결을 받아들였지만 소송 사실을 몰랐던 A씨는 뒤늦게 1심 결과에 항소했다. A씨는 "자신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2심은 차주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비록 피고차량이 위 주거지 부근에 주차돼 있었더라도 몰래 차키를 갖고 나가 운전할 것이란 것을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A씨가 B씨의 운전을 사후에 승낙하거나 용인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집에서 함께 잘 정도로 친분이 있다"며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운전자의 무단 운행을 차주가 사후 승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 판단에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원심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결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