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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30일. AP통신은 일명 '노근리 학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탐사보도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통해 지지부진하던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배상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AP통신 기자(최상훈·찰스 헨리·마사 멘도자) 3명은 해당 보도로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노근리 학살 사건은 1950년 7월25일~29일 사이에 발생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당시 미군은 충북 영동 노근리 경부선 철로를 지나는 피난민 속에 위장 북한군이 숨어있다고 판단해 공중 폭격과 기관총 사격을 동반해 3박4일간 민간인을 공격했다. 당시 희생자는 226명(사망 150명·실종 13명·부상 63명)에 달했다. 대다수 희생자는 여성과 노인, 어린아이였다. 유족도 2240명이나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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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만들어낸 참사였지만 전쟁 이후 오랜 기간 진상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사건 발생 44년 후인 1994년에 이르러서야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 정은용씨가 출간한 소설 '그대, 우리 아픔을 아는가'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노근리 미군 민간인 학살 대책위원회'를 설립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소설에 담았다.
노근리 주민들은 미국 정부와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로부터 5년 뒤 AP통신이 '노근리 학살사건'을 폭로해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진실이 알려졌다.
한·미 정부는 AP 통신의 보도 이후 사건 관련 협의에 착수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지시해 '노근리 사건 정부정책단 및 진상조사반'이 구성됐다. 2001년 '노근리 사건 한·미 양국 조사단'은 공동 발표를 통해 노근리 사건이 '미군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실체를 인정했다. 다만 미국은 명령체계에 의한 학살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도 보상 불가를 선언했다.
2004년에는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노근리사건특별법)'이 제정됐고 17년 뒤인 2021년 노근리사건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