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에프앤에프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40% 이상으로 중견기업 평균치(18.3%)의 두배 이상이다. /사진=F&F

MLB와 디스커버리를 전개하는 패션기업 에프앤에프(F&F)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40% 이상이 계열사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견기업 평균치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F&F는 해외 사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부거래에 대해 엄정한 시각을 드러낸 만큼 F&F가 공정위의 감시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의 지난해 매출은 1조7463억원으로 이 중 40.4%인 7048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여기에는 배당수익 등 계열사간 금융거래에서 발생한 수익도 포함됐다. F&F홀딩스 등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 매출이 524억원(3.0%), F&F차이나 등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 매출이 6525억원(37.4%)이다.


이러한 수치는 업계 평균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조사한 자산 5조원 미만 30대 중견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8.3%로 F&F는 이보다 두배 이상 높다.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경쟁 패션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0%를 밑돌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계열사간 거래에 의존한다는 뜻으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공정위 규제 리스크와 함께 외부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F&F 측은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F&F 관계자는 "F&F는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사업과정에서 각 해외법인과의 상품·서비스거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글로벌 사업의 자연스러운 결과이자 현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기업의 내부거래와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F&F가 규제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6일 취임한 주 위원장은 기업들의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주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 내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도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와 사익편취,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확대에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룹의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 김창수 회장(64)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비상장회사 에프앤코를 통해 지주사(F&F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에프앤코→F&F홀딩스→F&F(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인 것이다. 에프앤코의 김 회장과 가족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88.96%다. 에프앤코의 대표이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 F&F 상무(38)다.

그룹 내 김 회장 일가의 지배력도 확대되는 추세다. 에프앤코는 지난해부터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F&F홀딩스는 지난해 F&F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F&F홀딩스의 지분은 62.84%로 가족 등 특수관계자를 포함하면 지분율은 91.7%에 달한다. 계열사들이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는 상호 출자 구조도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오너일가의 이익 극대화 등 지배구조와 맞물린다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거래 내역과 성격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