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간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내년까지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축사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서울시가 이재명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정책과는 다른 민간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내년까지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지연 가능성이 커진 만큼 공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신통기획은 민간 시장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서울시는 내년 중순까지 31만가구 물량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통기획은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가 2021년 9월 도입한 제도다.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이 협력해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갖춘 통합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신속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동시 수립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줄이고, 조합설립 절차도 기존 3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도입 시점부터 현재까지 4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착공 실적은 미미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서울시 신통기획 현황'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통기획 재개발·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된 206곳 중 착공 단계는 2곳이다.

오 시장은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만 서울은 93%에 그친다"며 "이는 2010년대 정비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 안정을 위해 매년 6만~7만가구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을 통해 평균 18년6개월이던 정비사업 기간은 13년으로 단축됐다. 이에 지난 4년 동안 153개 단지, 약 21만가구의 공급을 확보한 바 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통기획의 목적은 사업성과 공공성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라며 "공공부문과 주민 간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고 과도한 사업성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역 지정 후 사업승인,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단계를 빠르게 하기 위한 발전된 형태의 신통기획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합원 이익에 치중하는 사업 방식은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전세 수요 감소, 미분양 리스크 증가 등 한계가 있다"며 "재정·조직 갈등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공익사업이므로 사업 실패 등 문제 발생 시 공공이 지원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4년간 21만가구 확보… "공공 지원 병행 필요"

사진은 서울 강남 대표 노후 대단지로 신통기획이 진행 중인 은마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로 공사비 상승이 우려돼 규제 완화 등 공공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주민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프롭테크 분야의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공사비 지수가 최근 5년간 30% 상승했는데 제로에너지빌딩과 노란봉투법까지 규제가 강화돼 향후 공사비는 최대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안전 문제로 중단된 현장도 많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물가 상승 여파가 본격화되지 않았기에 공공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윤혁경 에이앤유 건축사사무소 상임고문도 "몇 년 전만 해도 3.3㎡(평)당 500만원이던 공사비가 현재 11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고금리로 인한 자잿값과 인건비 부담, 그리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할 법률'도 공사비 상승에 영향을 미쳐 착공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업성 하락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정미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장은 "공공의 책무와 주거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따라 공공이 참여하는 것으로 개입보다 지원의 의미"라며 "법률 검토와 사업성 분석, 정비사업 교육 등 공공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