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5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에서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 = 홍지인 기자

국내 캐피탈 업계가 정부의 국정과제인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영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주장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시장 경쟁 심화 등 삼중고에 캐피탈 업계의 업황이 악화돼 서민금융 대출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를 고도화할 수 있는 작업 등 신사업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2025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을 열고 캐피탈 산업의 구조적 위기와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포럼은 포용금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영업 규제를 풀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먼저 조달 구조의 취약성을 짚었다. 캐피탈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 수신 기능이 없어 회사채·여전채 등 시장성 조달에 의존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A등급 이하 캐피탈사의 조달금리가 4~5%까지 치솟았고, BBB등급은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구조적 한계로 금리 상승기에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피탈사의 조달금리 부담은 부동산 PF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 안 원장은 "높은 수익률을 좇아 PF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됐고 그 결과 위험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4%, 전체 연체율은 2.1%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총 27조5000억원 규모의 PF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브릿지론·중·후순위 대출로 구성돼 잠재 부실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포용금융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영세 자영업자 대상 소액 설비금융(마이크로 리스) ▲온라인 판매자의 매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하는 '디지털 팩토링' ▲대기업 신용을 활용한 공급망 금융 등이다.

안 원장은 "포용금융 모델은 캐피탈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녀온 실물금융을 기반으로 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며 "중금리 시장 확대와 ESG·사회적 채권 발행을 통해 저원가 조달 기반을 마련하고 핀테크와의 제휴·AI 기반 신용평가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서민금융 상품 취급을 캐피탈사에도 열어주고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포용금융 지수 도입, PF 구조조정 지원 등을 통해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5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에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 = 홍지인 기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은행·카드사는 자동차보험 대리점, 통신판매 등 부수업무가 허용되지만 캐피탈사는 동일 업무 진출이 막혀 있다"며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주별 규제 샌드박스와 디지털 비교 플랫폼을 통해 인슈어테크 혁신을 촉진했고 일본은 통신·IT 대기업이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EU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방카슈랑스와 온라인 채널을 전면 허용했다.

서 교수는 "카카오페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78%가 보험사를 변경했고 평균 26만원(25~30%)의 보험료 절감 효과를 체감했다"며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도 캐피탈사 영업 규제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비용 구조와 PF 부실이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캐피탈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포용금융과 규제 완화라는 이중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