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의 여파가 K방산의 글로벌 입지를 흔들고 있다.  계엄선포로 인해 방한 중인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을 취소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계엄선포의 여파가 K방산의 글로벌 입지를 흔들고 있다. 계엄선포로 인해 방한 중인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을 취소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계엄선포의 여파가 K방산의 글로벌 입지를 흔들고 있다. 정부 간 거래가 이뤄지는 방위산업 수출은 국가 신뢰도가 생명이다. 계엄선포로 인해 방한 중인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KAI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사태로 인한 돌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관련업계는 계엄선포 영향으로 방산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자파로프 대통령의 이번 KAI 방문은 한국형 기동헬기(KUH) 도입을 위한 전초 일정이었다. 양국 간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정상회담 직후 예정된 일정이라 의미가 컸다. 태국 하원 국방위원회도 한화오션과의 태국 해군 후속함 사업 협력을 위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여서 국내 방산업체들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방산 수출은 G2G(정부간 거래) 형태로 이뤄진다. 정부 간 이뤄지는 거래인만큼 거래 국가 간의 신뢰와 이해관계가 중요하다. 무기체계의 도입은 추후 기술 지원, 유지보수, 성능개량까지 수십 년간 이어지기 때문에 수주국의 정치 외교적 안정을 전제로 한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외교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당장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와 3조원 규모의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의 입찰 수주를 목전에 둔 방산업체들의 우려가 크다. 유럽, 중남미 등과 새로운 방산시장을 개척하려는 방산업체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기존 거래가 없던 신규 발주국일수록 국가 신뢰도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기 떄문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와 신시장 개척을 위해 생산라인, 연구개발(R&D) 시설 확장을 위해 천억대의 투자를 단행한 주요 방산업체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산사업 입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 가격, 납기일정"이라면서도 "발주국 별로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수주국의 대내외적 상황이 입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언론보도 하나에도 굉장히 예민한 사우디와 같은 중동국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방한해 방산협력에 대한 논의를 나눈 국빈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장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총리, 네덜란드 국방장관, 싱가포르 국방장관 등이 있다. 내년에는 체코 대통령도 방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의 수주잔액 80조원이 넘는다. 사상 최대다. 지난 3분기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29조9418억원에 달한다. 뒤를 이어 KAI 22조4000억원, LIG넥스원 18조3904억원, 한화시스템 7조9236억원, 현대로템 4조4755억원 순이다.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센터장은 "계엄선포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은 부정할 수 없는 레드시그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방산수출 확대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소 2~3년 간의 혼란이 예상되므로 향후 사업 입찰 시 협상과정 등 부차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채우석 방위산업학회 회장도 "(방위산업의 특성 상)이번 계엄사태가 K방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향후 다양한 지역으로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