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ATM 지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ATM 지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밸류업' 수혜주 금융주가 외국인의 매도세에 연일 하락세를 보인다. 5조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KB금융지주는 주가 발표 후 9만원선이 깨졌고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신한지주는 진옥동 회장이 최근 해외 IR(투자설명회)에 나서 주가 부양에 팔을 걷었으나 연초 4만원 대로 내려온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주가 저평가됐다는 분석과 함께 저가 매수를 추천하는 한편 고환율에 대응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내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9시34분 전 거래일 보다 1100원(1.38%) 내린 7만8500원에 거래됐다. KB금융은 지난 5일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9만1000원에서 지난 14일 7만9700원으로 약 12% 하락했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CET1 비율이 하락한 점이 투자자 매도세를 이끌었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 3분기말 13.84%에서 지난해 말 13.51%로 0.33%포인트 하락했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지만 환율 상승에 외화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주주환원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KB금융은 경영진 25명이 지난 11일 자사주 2만주를 매입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으나 주주환원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연일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904만3535주, 기관투자자는 193만2417주를 매도했다.


신한지주는 올 상반기 약 6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혔으나 지난 6일 실적 발표 후 하루를 제외하고 6거래일간 파란불이 켜졌다.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기관은 신한지주의 주식을 286만1140주를 매수해 매도(222만7381주)를 앞질렀으나 외국인 투자자가 같은 기간 589만6674주를 팔아 매수(421만5888주)를 앞질렀다. 이 기간 주가는 3% 넘게 빠졌다.

신한지주는 진옥동 회장이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일본에서 올해 첫 해외 IR를 개최하는 등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이날 오전 주가는 0.5% 상승에 그친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에 주가가 6만원 선을 위태롭게 지키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5만6800원에 거래를 시작한 하나금융은 지난 7일 6만1400원까지 올랐으나 이날 장 초반 6만1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다.

나홀로 상승세를 달리는 우리금융지주도 배당일이 다가오면서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 7일 실적 발표 후 우리금융 주가는 1만5390원에서 14일 1만7050원으로 10% 넘게 올랐다. 개인 주주에게 배당소득세 감면 효과를 주는 비과세 배당정책이 투심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장 초반 우리금융의 주가는 0.3% 상승에 그치는 등 28일 배당일까지 투심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비과세 배당은 개인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 감면 효과에 더불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미포함이라는 혜택으로, 법인 주주에게는 법인세 과세이연 효과라는 혜택으로 돌아갈 전망"이라면서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배당락일(배당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