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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체포 명단 500명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난 축구만을 위해 살던 사람이다. 아이들의 꿈을 먹고 살아왔는데 그 행복한 삶은 뺏길 뻔했다"고 말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차 전 감독은 이날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7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차 전 감독은 시상을 마친 뒤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늘은 1년 중 가장 뜻깊은 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울컥한 마음이다. 하마터면 여러분을 못 만날 뻔했다"며 비상계엄 당시 체포자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에둘러 언급했다.
그는 "저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이나 가치에 관해서는 관심이나 욕심이 없다. 아는 것도 많지 않다"며 정치적인 일에 엮인 것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고백했다. 또 "작은 축구상을 주며 어린 친구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건 보람찬 일이다.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제법 멋진 행사가 됐다"며 "이렇게 시상식을 발전시킨 (막내) 차세찌 대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그동안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는데 수고했다는 말도 못 하고 헤어질 뻔했다"고 털어놨다.
차 전 감독은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50년 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다 지나간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그 일이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다. 내 이름이 그 수첩에 왜 적혀 있는지 황당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잘 지내고 있는데 (50년 전 겪었던 일과 함께) 예전에 큰 충격을 받았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재판 등) 일들이 다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며 "모든 일이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아이들과 축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평화, 사랑, 행복 등 이런 말들이 내 삶에 채워지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 나를 찾는 아이들 곁에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