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5일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희생된 유엔군 스미스 부대원을 기리기 위해 1955년 7월5일 살아남은 스미스부대원들이 쌓은 옛 유엔군초전기념비. / 사진=김동우 기자
1950년 7월5일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희생된 유엔군 스미스 부대원을 기리기 위해 1955년 7월5일 살아남은 스미스부대원들이 쌓은 옛 유엔군초전기념비. / 사진=김동우 기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전쟁 판도 바꾼 최초의 '유엔군' 스미스 부대가 활약한 오산 죽미령이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조명되고 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열흘째인 7월 5일 아침 8시 16분, 오산 죽미령에 미군이 투입된다. 수원에서 오산 방향으로 남진해 오던 5000여 명의 북한군에 맞서기 위해 오산 죽미령에서 전투를 치른 540명의 '스미스 특임부대'. 사실상 최초의 유엔군으로 투입된 이들은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스미스 특임부대원은 장교를 제외한 병사들 대부분이 스무 살 안팎이었고, 그들 중 전투 경험이 있는 병사는 일부에 불과했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은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며 오산 죽미령에 도착했다. 반면, 한국 남침 이후 사흘 만에 파죽지세로 서울까지 함락한 북한군은 서울에서 3일을 지체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상황.

스미스 특임부대원들은 누적된 피로, 적에 대한 정보와 맞서 싸울 장비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전투를 시작해야 했다. 1950년 7월 5일 오전 8시 16분, 스미스 중령은 북한군 전차부대가 가시거리에 진입해 올 때까지 기다렸고, 전차를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그러나 북한군 전차는 포탄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은 채, 유유히 미군 방어선을 향해 돌진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세 시간여, 북한군 보병을 향해 스미스 부대원들의 일제 사격으로 혈투가 시작됐다. 북한군 보병에 맞선 스미스 특임부대원들은 여러 방면에서 열세였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스미스 특임 부대 540명 중, 181명이 전사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 피해를 받게 된다.


과거, 죽미령 전투는 패배한 전투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 예상과 달리 미군이 조기 개입했다는 점을 북한에 알렸고, 이 교전이 끝난 뒤 북한군은 전열을 가다듬는데 열흘 넘는 시간을 소비해야 한 것.

540개 돌탑 쌓아 죽은 전우를 기억한 스미스 부대원들

스미스 부대가 철수하는 과정에서 선두에서 인도한 이는 윤승국 대위였다. 긴급한 철수 작전이 진행됐을 때 지리를 잘 알던 윤 장군이 행렬을 이끌어 부대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고마움의 의미로, 지난 2020년 주한미군 기지 캠프의 주 출입구 명칭이 '윤 게이트'로 공식 지정됐다. 이 전투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은 또 있다. 해마다 7월, 오산시는 죽미령 평화공원에서 추도식을 개최하고 있다.

스미스 특임부대의 죽미령 전투로부터 시작된 유엔군의 조기 개입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에 몸을 던졌던, 모두의 희생으로 평화를 지켜냈다.

죽미령 전투로 전사하거나 실종된 대부분은 열여덟에서 스무살 안팎의 청춘들이었다. 전쟁이 끝난 1955년 7월5일 살아남은 스미스 부대원들은 다시 죽미령을 찾았다. 평화를 위해 용감히 싸우다 숨진 전우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스미스 특임 부대 540명을 기억하기 위해 540개의 돌로 쌓아올린 기념비 아래에 이렇게 글을 새겨넣었다. '미합중국 군대와 공산침략군 간의 최초의 전투를 개시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이 비를 세우노라'.

해마다 7월5일이면 죽미령에 있는 유엔군 초전기념관에서는 스미스 부대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유엔군의 첫 전투인 죽미령 전투를 시작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젊은이들이 참전한 것은 더 이상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고 평화를 바랐기 때문이다. 매년 새로 부임한 미군이 가장 먼저 죽미령을 찾는 것도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가적 추모로 격상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유엔군 첫 전투, 국가적 추모로 격상해야

이권재 시장이 지난 2023년 7월 5일 한미동맹 및 정전협정 70년을 맞아 유엔군 초전기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오산시
이권재 시장이 지난 2023년 7월 5일 한미동맹 및 정전협정 70년을 맞아 유엔군 초전기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오산시

이에 오산시는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관심은 물론 국가보훈부 차원에서도 해당 행사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여러 방법으로 강조해왔다.

시는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관심은 물론 국가보훈부 차원의 행사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이권재 오산시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시장은 2023년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당시)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당시)이, 2024년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각각 초전기념식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오산시의 노력과 의견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시장은 "오산 죽미령 전투는 대한민국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알림과 동시에 70여년간 굳건히 해온 한미동맹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지난 12일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8군 사령관인 크리스토퍼 라니부 중장을 만나 매년 7월 초 열리는 죽미령 전투 기념식과 전몰장병 추도식에 참석해 함께 추모할 것을 요청했다. 이 시장은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를 높이 걸어 전투가 갖는 평화와 동맹의 메시지를 알리고 국가가 기억해야 할 전투로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