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로고/사진제공=농어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로고/사진제공=농어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사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준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공사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6일 <머니S> 취재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 구미·김천지사는 지난 2020년 김천시 봉산면 일원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물탱크(66㎡) 설치 공사를 했다. 그러나 공사 도중 인근 주민의 풍수지리 관련 민원이 제기되자 당초 계획보다 약 30m 떨어진 위치로 설치 지점을 변경했다. 문제는 해당 과정에서 정식 재측량과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공사를 완료하고 준공처리까지 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공 토목공사는 준공 시 작성된 도면과 현장 시공 상태의 일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공사 변경 사항이 발생하면 변경 사유를 기재한 공문서와 변경된 준공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기존 공문서를 기반으로 준공을 승인하면서 사유지 무단 점유와 허위 공문서 작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토지 소유주 A씨는 "농어촌공사가 수년째 사유지를 무단 점유한 사실을 지난해 뒤늦게 확인했다"며 "공사 변경 시 재측량과 소유자 확인 절차를 철저히 지켰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계 변경 시에는 변경 준공도면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은 명백한 허위 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변경 사유 발생 시 변경 공문을 작성하고 준공도면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해당 공사 준공검사에서 왜 발견되지 않았는지는 당시 담당자가 아니라 명확히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공사 대금 부족과 일정 차질 우려로 재측량 없이 공사를 준공했다"며 "고의적으로 사유지를 침범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루 정도면 측량이 가능하고 비용 또한 수십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불법을 인지했음에도 추가 민원을 우려해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토목공사 관련 전문가들은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지적공사의 측량 자료를 기반으로 발주처와 시공사가 협의하는데 발주처 담당자는 현장 확인 의무가 있다"며 "설치 위치 변경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머니S> 취재진이 농어촌공사에 착공과 준공 당시 도면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공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김천시 관계자도 "관련 도면 등은 모두 농어촌공사 구미·김천지사에서 회수해 시에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사실 은폐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