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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6일(현지시간) 대한민국 교육감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강단에 섰다.
임 교육감은 '한국(경기도)의 교육개혁: 학생 맞춤형 교육과 인공지능의 역할'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하버드대 대학원생과 교수, 학교 관계자, 학생 등 150여 명이 임 교육감의 강의를 들었다.
이번 특강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에 참여했던 페르난도 레이머스 하버드 교육대학원교수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임 교육감은 직접 작성한 원고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특징과 문제점, 새로운 경기교육 시스템, 미래 교육을 위한 대학입시 제도 개혁 등을 청중에게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임 교육감은 강연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기회를 똑같이 부여하는 '공평(equal)의 교육'을 넘어, 학생의 관심도와 역량에 따라 개별 맞춤형 기회를 확대하는 '공정(fair)한 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경기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다양한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교육의 특징으로 강한 교육열과 과도한 입시 경쟁을 꼽았다. 1950년대부터 초등교육이 의무화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높아졌고,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의 대학 입시를 '피 없는 전쟁터'라고 묘사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좋은 대학 입학은 곧 사회적 성공'이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육감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인재에게 요구되는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 △자기 주도적 학습력 등은 단순한 사실을 암기하거나 시험을 치르는 기술만으로는 채워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교육방식의 대안으로 임 교육감은 "세상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해진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는 자기 적성에 맞는 교육,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과 지역사회 역량을 활용해 공교육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경기교육 시스템'에 맞춘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질의 온라인 교육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우수한 자료는 교육청이 직접 구매하거나 임차할 계획"이라면서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실현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 선생님이 만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하이러닝'에 탑재되면 경기온라인학교는 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열린 학습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육감은 경기교육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 제도 개혁' 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고교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교육체제로 경기교육이 바뀌더라도 정답 맞히기 식, 줄세우기식의 현행 대학입시 제도가 있는 한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경쟁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부처·기관을 설득,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고 했다. 올 3월부터는 대학입시 제도 개혁을 위한 공식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 교육감은 "대학입시 제도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중고교 시절에 쌓인 신뢰할 만한 데이터로 '학생들의 성취와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와 '공정한 대입 평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면서 "대입제도 개혁은 학생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유·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경기도교육청이 책임감 있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