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상을 떠난 전세사기 피해자 임모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인천 미추홀구 빌라왕 사태의 희생자였던 임씨는 전세금 9000만원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수가 지난달 19일 기준 2만7372명을 기록했다. 30대 이하 청년층이 74.7%(2만442명)를 차지한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학교나 일자리 문제로 대도시 이동 경향이 짙은 20·30 세대가 전세사기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오는 5월31일 시행이 종료될 예정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특별법)이 탄핵 정국 여파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에 특별법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과 전세사기 피해자 긴급 복지지원 개정안 등이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요구된다.
한시법으로 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은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6월부터 시행됐다.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피해 보증금 보전과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 무이자 대출하는 등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지금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특별법마저 사라지면 안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피해자 인정 건수는 여전히 월 12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두 달 만에 3000명의 신규 피해자가 추가됐고 앞으로도 피해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전세사기의 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로 전세사기 대상이 된 다세대주택(빌라) 공동담보 피해 등 현행법의 사각지대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후 구제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임대인의 신용·체납 정보 공개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전세가율 제한 ▲전세사기 가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특히 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금액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져야 하고 사고 발생 시 가해자의 재산 몰수 등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속 제기된다.
현재 국회에는 부패범죄에 전세사기를 추가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은 사기죄의 경우 다단계, 범죄 단체, 보이스피싱 등에 한정하는데 전세사기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방안으로 고안된 것이다.
조직적인 전세사기는 가담자가 많고 명의 대여나 가명을 사용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알려졌다. 천문학적 수익을 노린 전세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예방책이 도입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구제 방안인 특별법은 유지돼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알려진 이들만 최소 11명. 모두 20대와 30대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희생이었다. 사회적 타살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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