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 후보. /사진=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단일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김 후보가 단일화에 찬성하고 있으나 방법 등을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립을 하고 있는 탓이다. 한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가 추진되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잇따라 공정성·정당성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당내 갈등을 키우고 있다.

8일 정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합의된 사안 없이 끝났다. 김 후보는 한 후보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을 전달했으나 한 후보는 당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두 후보는 이날 다시 만나 단일화 관련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단일화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을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김 후보의 불만이다. 사실상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 후보의 회동이 시작되기 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개최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불발을 예상하고 단일화 과정을 강행하려 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을 단일화 마감 시한으로 정했고 김 후보는 일주일 동안 후보들이 선거 운동을 한 뒤 오는 15~16일 여론조사 후 단일화하자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오는 11일까지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식의 강압적인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며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를 끌어내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저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선 탈락자' 홍준표·안철수, 당 지도부 비판 가세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오른쪽)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와 관련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한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가 추진되면서 공정성 문제 등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공정성 문제는 한 후보 출마설이 나오기 시작했을 시점부터 언급된 점을 감안, 예견된 미래였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3차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현재 무소속 대선 후보)이 마지막에 반칙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당내 불만이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안철수 의원도 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에 대해 잇따라 불만을 표출했다. 한 후보가 경선을 치르지 않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는 건 불공정하다는 취지다.

홍 전 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느닷없이 한 후보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 했다"며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 후보는 왜 비난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용병 하나 잘못 들여 나라가 멍들고 당도 멍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 역시 "한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들러리였던 것인가"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막기 위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이런 방식이라면 대선은 시작도 전에 끝나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처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