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NH투자증권에서 조달한 1조6000억원 가운데 일부는 펀드 출자자들에게 자금 납입을 요청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MBK 사무실. /사진=최유빈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한 1조6000억원 중 일부를 펀드의 캐피탈콜(출자자 자금 납입 요청)을 통해 상환했다. 나머지 대출금 일부는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전환해 연장했다.

23일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K는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최근 NH투자증권과 60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 브릿지론을 차환(리파이낸싱)했다. 해당 대출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으로 1조5785억원을 조달하면서 9개월 만기, 고정금리 5.7% 조건으로 설정됐으며 만기는 오는 7월이다.


MBK는 전체 대출금 중 6000억원을 만기 전에 텀론(중장기 대출)으로 전환하고 남은 1조원은 최근 6호 펀드의 캐피탈콜을 통해 확보한 출자자 자금으로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출 연장 과정에서 금리가 5.7%에서 6.2%로 오르며 차입매수(LBO) 구조 특유의 고금리 부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MBK가 대출금의 약 60%를 펀드 출자자의 자금으로 상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중국 외환투자공사(CIC)를 포함한 해외 자본의 비중이 커졌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존 CIC는 MBK 6호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 전체의 5% 수준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MBK의 고려아연 M&A 시도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적대적 M&A 건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출자자 다수는 이번 캐피탈콜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며 자금 충당 대부분이 해외 자금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월 계약서에 '적대적 M&A 투자 금지' 조항을 명시했고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비슷한 조건을 계약서에 반영했다.

결과적으로 MBK가 국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해외 LP들을 대상으로 한 캐피탈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6호 펀드에는 CIC 외에도 중동계 자금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