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일민미술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패션 스튜디오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혜인 서(HYEIN SEO)와 함께 '시대복장 아이콘클래시(Iconclash): 컨템포퍼리 아웃핏츠(Contemporary Outfits)' 전시를 7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서울의 유연한 미적 지형 속에서 패션을 매체로 다루는 세 스튜디오의 독특한 방식을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 부제인 '아이콘클래시'(Iconclash)는 미술과 패션이 공유하는 동시대 문화의 긴장과 충돌을 의미한다.

1전시실에서는 지용킴이 자연의 시간을 담은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선보인다. 옷감을 자연에 노출시켜 고유한 흔적과 물질성을 부여하는 이 기법은 기존 패션 산업의 통념을 넘어선다.
대표작 '흔적들(Traces)'(2025)은 선블리치 기법으로 제작된 검은 맥코트 22벌을 설치해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시간을 하나의 궤적으로 시각화한다. 예술 작품과 의복 사이의 독특한 디자인 오브젝트로 제시된다.

2전시실의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은 패션을 일방적인 소비를 넘어 완성과 미완성 사이를 오가는 정보의 흐름으로 해석한다. 이들에게 '아카이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가치를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아카이브의 무지개(RainbowoftheArchives)'(2025)는 12채널 아치형 설치물로, 2016년부터 파편적으로 수집한 미공개 비디오를 송출한다. '패턴의 바다(ASeaofPatterns)'(2025)는 의복 패턴으로 전시실 바닥을 채워 부분과 전체가 상존하는 조형적 구조를 제시한다.

3전시실에서 혜인 서는 스튜디오의 저장 공간을 미술관으로 옮겨와 개방형 자료실처럼 개념화한다. 지난 10년간 22개 컬렉션에 대한 리서치와 내러티브를 담은 편린들이 공개된다.
'프로세스보드(ProcessBoard)'(2025)는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참조 이미지 등에 임시 분류 체계를 부여하며, '작품점검표(ConditionCheck)'(2025)가 이를 보완한다. 프로젝트 룸에는 혜인 서의 옷을 착용한 안내원이 상주해 의복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미술과 패션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시대복장'은 세 스튜디오의 감각적인 작업을 통해 동시대 시각문화 연구를 확장하고, 불확실한 시대의 윤곽을 보다 선명하게 포착하려 한다. 전시에 포함된 모든 설치, 영상, 아카이브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