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밀집수비를 깨뜨리려면 이강인의 감각적인 왼발이 빛나야한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이라크전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수 없다. 일단 수비라인의 핵심인 김민재가 부상 때문에 아예 소집되지 못했다. '일당백' 역할을 하는 철기둥 김민재가 없는 후방은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공격진도 온전치 않다.

가장 아쉬운 것은 '믿고 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울버햄튼 황희찬은 시즌 내내 괴롭히던 발목과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토트넘 캡틴 손흥민은 발 부상 때문에 유로파리그 결승전조차 교체로 출전했다.


두 선수 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자원들이 긴 정규리그를 끝낸 터라 체력이 떨어졌고 실전 감각도 시즌 중과 차이가 있다. 40도가 넘는다는 폭염을 떠올리면 더 걱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공격의 단초를 마련할 키 플레이어 이강인의 몸 상태는 정상이라는 사실이다.

홍명보호가 6일 오전 3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이어 오는 10일 한국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으로 예선을 마무리한다.

현재 4승4무(승점 16)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명보호는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무더운 날씨, 선수들의 체력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카드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가용될 공산이 크다. 홍명보 감독도 "이라크 날씨가 아주 덥고 습한데,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해 교체를 잘해야 할 것"이라면서 여러 카드와 조합을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풀타임이라 생각하고 다 쏟아낼 공격 자원들은 많다. 포스트의 오세훈과 오현규, 2선의 이재성, 양현준, 전진우, 문선민 모두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공격수들이다. 이들이 이라크의 단단하고 조직적인 수비를 뚫어내야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강인의 왼발이 빛나야한다.


이강인의 도전적인 패스가 전방에 뿌려질 때 원하는 목표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 News1 김영운 기자

3차예선 내내 상대 밀집수비에 고전한 홍명보호가 그래도 숨통 트였던 경우는 대부분 과감하고 감각적인 패스가 상대 수비와 수비 사이로 투입됐을 때다. 밋밋한 속도로 옆으로 뒤로 돌리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은 우리 체력과 시간만 허비했을 뿐이다.

도전적인 패스가 빠르게 쇄도하는 공격수들의 발에 걸렸을 때 좋은 장면이 나왔고 그 연출을 자주 맡았던 이가 이강인이다. 이라크전 역시 황금 왼발의 감각이 필요한데 다른 유럽파와 달리, 이강인은 가장 최근까지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 몸이 크게 식지 않았다는 것이 반갑다.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은 지난 1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2024-2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5-0 대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토록 원했던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시즌 트레블(리그1, 프랑스컵, UCL) 대업을 달성했다.

아쉽게도 이강인은 필드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교체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고 당연히 동료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결승전을 준비했다. 요컨대 휴식을 취하면서 개인 훈련을 진행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실전 컨디션'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앞선 경기에서 그랬듯, 이강인의 왼발이 사이다 같은 패스를 여러 차례 뿌려줘야 대표팀이 바라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지런히 뛰어줄 카드는 여럿 있다. 그들의 발 아래, 그들이 움직이는 공간 앞에 공을 보내줄 이강인의 왼발이 성패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