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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쟁점으로 떠오른 징벌적 손해배상과 해지 위약금 면제는 법률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열린 'AIX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인공지능, 데이터 법제와 거버넌스 규율체계'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어도 피해자가 SK텔레콤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개인정보 침해사고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가 없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경우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실제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SK텔레콤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고객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손 고문은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손해배상 입증이 쉽지 않다고 봤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의 해지 위약금 면제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이용약관 제43조(위약금 면제)를 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약관의 적용을 적시한 제2조에는 3G·LTE·5G 등 이동전화 서비스에 대해서만 이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손 고문은 "계약상 회사의 귀책 사유라는 것은 통신 서비스를 온전하게 이행하기 어려운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SK텔레콤 사태는 해킹을 당한 경우라 위약금 면제가 쉽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헀다. 이어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집단소송에서 SK텔레콤이 패소한다면 손실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승소해도 기업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는 말도 전했다. 손 고문은 "과거 KT의 유출 사고 당시 법무법인이 2만4000여명의 피해자를 모아 12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며 "약 4년에 걸쳐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결국 KT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오랜 기간 동안 KT 기업 이미지는 상당히 실추됐다"며 "2022년 카카오 사고 당시에도 법원은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는데 카카오 이미지는 타격을 받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손 고문은 통신 장비에 대한 보안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했다. 그는 "현재 정보보호 인증 체계는 통신 장비에 대해서는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최근 올라왔는데 통신 장비에 대한 정보보호 인증 체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간 통신 사업자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인증 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안 체계가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면서 민간 핵심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보안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