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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에서 토큰증권(STO)이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출발은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한발 늦었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 민간 플랫폼 모두가 일제히 속도를 내며 디지털 금융 대전환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STO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글로벌 국가들은 이미 법제화를 완료하며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이에 한국도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빠르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TO 법제화 D-Day… "7~8월 본회의 상정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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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7~8월 열릴 임시국회에서 STO 법제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국내에서도 STO 시장 개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에서 STO 법제화가 최초로 논의된 것은 2022년 11월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일부 플랫폼을 샌드박스로 지정하며 STO 국내 제도권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음 해인 2023년 2월 금융위는 STO를 기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간주한다고 밝히며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STO 발행 주체가 되며 분산원장 기반 발행 시스템(DABS)과 대체거래소(ATS)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같은 해 7월 국회에서도 STO 법제화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었던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STO를 제도권에 포함하기 위한 핵심 요소를 담은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블록체인·분산원장을 전자 증권 공적 장부로 공식 인정하고 STO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후 국내 STO 법제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사실상 '입법 공백기'를 겪었는데 올해 21대 대선에서 다시 STO 법제화가 주요 금융 이슈로 대두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한국을 아시아 디지털 금융허브로 키우겠다"고 선언하며 STO 법제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STO의 제도권 허용과 투명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 당선 후 국회에서 STO 법제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오는 7~8월 임시국회에서 STO 법안 심의 및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STO 관련 법안 12건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토큰증권 유통과 투자자 보호 규정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분산원장에 기반한 토큰증권 발행 근거를 마련한 전자증권법 개정안 등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입법 초안을 마련하고 STO 발행·유통을 제도화하기 위한 실무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초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화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STO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법적 토대 구축의 핵심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STO 관련 주요 법안들은 구체적인 내용에서 일부 차이는 있으나 입법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향후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규제 정비는 토큰 증권을 통해 기존 금융시스템이 다루지 못했던 실물 기반 자산에 대한 소액투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국, STO 시장 주도권 잡을까… 글로벌 금융 강국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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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주요 금융 연구기관은 2030년까지 글로벌 STO 시장은 약 6700조원, 국내 시장은 약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STO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STO 법제화를 마친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아시아의 디지털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한국의 STO 법제화는 단순한 규제 정비가 아닌 글로벌 금융 패권 전쟁의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STO는 글로벌 금융 혁신의 핵심이자 한국이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한다면 국내 금융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들도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 기회가 마련되며 시장 접근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토큰화 시대에 대응해 한국도 디지털 통화에 관한 종합 방안이 필요하다"며 "토큰화 정책은 국내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원화 통화 주권 유지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TO 제도화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대체투자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발행 사례가 많은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 외에도 새로운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조각투자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