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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ESL(전자 가격 표시기) 제품의 품질 논란이 글로벌 유통업계를 강타한 가운데 ESL 제조사인 솔루엠이 신뢰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SL 불량률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 솔루엠은 북미와 유럽에서 잇따른 대형 수주를 따내며 하반기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대표 ESL 제조사의 일부 제품에서 표시 오류·배터리 수명 저하 문제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ESL 시스템 오류로 뉴질랜드 대형 유통체인 월워스(Woolworths) 산하 매장 185곳이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상황을 지켜 본 유럽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중국산 저가 ESL 제품에 대한 기피 정서가 노골화되고 있다. 일부 리테일러들은 추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기존 중국산 제품 조기 교체에 나서고 있다.
중국산 ESL의 품질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산 ESL 제조사인 솔루엠이 글로벌 리테일 업계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독자적인 IC(직접 회로) 직접 설계 등 생산 역량을 갖춘 솔루엠은 부품 자립화와 자동화 설비 구축을 통해 품질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2020년 57ppm(100만개 당 57개)이던 ESL 불량률은 2024년 기준 18ppm(100만개 당 18개)까지 낮아졌다.
이는 업계 평균 추정치인 50~100ppm(100만개 당 50~100개)보다 한참 낮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30ppm(100만개 당 30개) 이하 수준이 '고품질 ESL'의 기준으로 간주되는데 솔루엠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품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테일러들의 대체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미국 전역에 매장을 보유한 대형 식품 유통업체와 '유통업의 제왕'으로 불리는 슈퍼마켓 체인이 솔루엠과 수주 계약을 확대·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경쟁사 제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솔루엠 제품으로 교체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북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솔루엠은 최근 독일계 저가형 슈퍼마켓 체인 알디를 비롯해 프랑스 유통기업 본프레우, 그리고 체코·헝가리 등 동유럽 지역 전역에서 운영 중인 슈퍼마켓 체인들과도 ESL 신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품질력을 바탕으로 기존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에 집중됐던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전역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솔루엠은 2025년 한 해 동안 유럽 지역에서만 약 5000만개 규모의 ESL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북미 지역 역시 3000만~4000만개 수준까지 공급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ESL 사업부문 전체 매출 중 약 60%는 유럽 시장에서 약 30%는 북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북미 시장 내 수주 확대는 솔루엠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 시장은 ESG 기준과 소비자 보호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단순 저가형 제품보다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공급사가 유리하다"며 "솔루엠은 기술적 안정성과 긴 배터리 수명, 생산 공정, 가격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향후 수년 동안 북미·유럽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