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더불어민주당 게임정책특별위원회의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 아래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들을 구상했지만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열되는 콘텐츠 경쟁 속 위기를 타파할 과감한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
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3년 국내 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3.4% 오른 23조원이다. 지난해엔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2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이는데 K-POP과 한류 열풍을 잇는 K-콘텐츠의 한 축으로서 손색이 없다.
현실은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진짜 산업으로 대우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선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처럼 정치권은 청년층 공약으로 '게임 진흥'을 외치지만 제자리만 맴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코드 지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임 유저들의 불만이 높은 거버넌스 개혁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e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대선에선 공약 수준이 아닌 당 차원의 정책 제안에 그쳤다.
게임업계는 항상 줄타기를 한다. 2021년부터 둔화된 성장세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고 신작 흥행은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대작' 하나에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시대에 개발비는 늘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줄었다. 넥슨과 크래프톤 같은 자본 여력이 있는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게임사는 퍼블리싱이나 IP(지식재산) 위탁 형태로 버틴다. 올해 1분기 상장 게임사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컴투스,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다수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블록체인'이다. 일명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로 가상자산을 통해 보상을 주고 게임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다행히 한국 게임사들의 경쟁력이 상당하다. 위메이드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고 컴투스, 네오위즈도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까지 최근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을 가미했고 코인 '넥스페이스'를 발행했다.
앞서가는 게임 기업 역량과 다르게 국내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P2E의 인게임 이코노미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게임 산업을 확장하는데 한국만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P2E 자체를 부정적 이미지로만 재단하는 태도는 문제다. 새로운 산업은 규제보다 '성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김남국 전 의원 사건은 무죄 수순으로 가고 있고 김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선임됐다. 민주당 역시 과거의 과도한 공포감을 떨쳐버려야 한다.
김남국 사태 이후 여론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기술 자체까지 부정해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과거 리니지와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처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산업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P2E나 웹3, NFT(대체불가토큰)와 같은 영역은 세계 각국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전장이다. 국내 게임사가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린다면 기회는 외국 자본 손에 돌아갈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산업의 '새로운 성장방식'을 강조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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