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1호가 될 순 없어 2' 포스터/티빙, JTBC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냉장고를 부탁해', '1호가 될 순 없어' 등 과거 JTBC를 대표했던 예능 IP들이 복귀 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는 지난 2014년 처음 론칭했다. '처치 곤란 천덕꾸러기 냉장고 속 재료들의 신분상승 프로젝트'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매회 두 명의 게스트 냉장고 속 재료들로 제한 시간 15분 안에 요리를 만드는 포맷은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냉부해'는 방송가에 예능적 재미가 가미된 '쿡방'(요리 방송을 뜻하는 말)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스타 셰프들 역시 대거 탄생했다.

그러나 '냉부해' 이후 수많은 '쿡방'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요리를 소재로 한 방송'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졌고, 회를 거듭할수록 '냉부해' 특유의 신선함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시청률 역시 점점 하락하며 '냉부해'는 결국 2019년 종영을 알렸다. 방송을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그런 '냉부해'가 돌아온 건 지난해다. 2024년 9월 오픈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로 인해 '쿡방'이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이후 '냉부해'의 과거 영상들 역시 다시금 화제를 모았고, JTBC는 그 해 10월 '쿡방' 유행을 이끈 '냉부해'의 부활을 예고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냉부해'가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로 5년 여만에 다시 시청자들을 찾았고, 1회는 5.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시청자들도 셰프들의 귀환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냉부해 since 2014'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가움은 컸으나, 이같은 관심이 프로그램 유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냉부해'는 첫 회가 좋은 반응을 얻었음에도 2회가 3.8%로 시청률이 급락한 뒤, 회를 거듭할수록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1일 방송된 24회는 1.8%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근 방송된 26회도 2.4%에 그쳤다. JTBC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는 하이라이트 영상은 수십만 뷰씩 기록 중이나, '흑백요리사'로 시작된 '쿡방' 열풍과 화제성 있는 출연자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수준이다.

지난 2020~2021년 방송된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역시 코미디언 부부들의 유쾌한 '케미'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1호가 될 순 없어'는 평균 시청률 역시 3~4%대를 유지하며 JTBC의 '알짜 예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종영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1호가 될 순 없어'도 4년여 만인 올해 5월 시즌 2로 돌아왔다. '이혼율 0% 개그맨 부부의 세계에서 1호의 탄생을 막기 위한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콘셉트는 여전히 동일하다. 최양락 팽현숙, 김학래 임미숙, 박준형 김지혜, 강재준 이은형, 권재관 김경아 등은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도 출연하며 여기에 조현민 최설아, 손민수 임라라가 새 부부로 합류했다.

'1호가 될 순 없어 2'는 '어쩌면 개그맨 부부 1호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몇몇 개그맨 부부의 적나라한 부부생활의 민낯부터 결코 헤어질 수 없는 그들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조명한다. 실제로 다시 돌아온 '1호가 될 순 없어 2'는 기존에 출연했던 부부들이 보여주는 여전한 '케미'와 새로운 부부들의 에피소드가 만들어내는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호평과는 별개로 시청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1회가 2.2%를 기록한 뒤 2회 1.7%, 3회 2.1%, 4회 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호가 될 순 없어'가 JTBC 예능 중 인기 있는 IP였던데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평이 나쁘지 않은 만큼 낮은 수치에 대한 아쉬움은 더 짙다.

과거 JTBC 대표 IP로 꼽힐 만큼 인기 있던 예능들이 야심 차게 컴백했음에도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형식이 달라진 게 없어 시청자들이 '뻔하다'고 생각한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미 타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한 이들이 나오기에 몰입도가 떨어진다"라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다가 볼 순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기다려서 보진 않는다, 확 끌리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비단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레거시 미디어 채널 프로그램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 아닌가,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지만 현재 기준으로 보면 '평타'는 친 것"이라면서도 "(인기 IP들도) 프로그램의 마니아층은 찾아보겠지만, 일반 시청자들까지 새롭게 끌어들이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