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는 3021.84p(종가기준)로서 2021년 12월28일 이후 3년 6개월여 만에 3000선을 회복했다./사진=한국거래소

코스피 지수가 한 달 사이 10% 넘게 치솟으며 3000선을 다시 돌파한 가운데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도 G20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한국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마감하면서 2021년 12월28일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도 247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스피가 2021년 1월7일 처음 3000선을 돌파했을 당시 기록한 시가총액 2087조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10.2% 오르며 G20 국가 중 월간 기준 상승률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3%대, 일본 닛케이225는 2%대 상승에 그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연초(1월2일) 대비 누적 상승률도 24.1%로 인도를 제외한 모든 G20 국가를 앞섰다.

거래소는 "코스피의 이 같은 질주는 국내 정치 및 정책 환경 변화가 직접적인 촉매가 됐다"며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9개월간의 매도세를 끊고 5월부터 본격적인 순매수에 나선 점이 상승 흐름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5월 말 순매수로 돌아선 뒤 이달 들어 매수 규모를 크게 늘렸다. 5월 한 달간 1조2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에는 4조5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바이 코리아' 흐름을 주도했다.


또한 이번 랠리는 2021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을 당시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동학개미' 열풍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주요 배경이었다. 반면 올해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와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 등 수급과 정책 모멘텀 변화가 중심이 됐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투자 주체별 매수 종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21년 당시 외국인은 LG화학,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을 집중 매수한 반면 기관은 POSCO홀딩스, 엔씨소프트, 기아를 주로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NAVER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다시 3000선을 회복하는 흐름에서는 매수 주체와 종목 구성이 확연히 달라졌다. 올해 초부터 지난 1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전력·NAVER·삼양식품 등을 순매수 상위에 올렸다. 방산, 전력, IT 플랫폼 등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 포트폴리오를 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신한지주·KB금융·현대건설·하나금융지주 등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금융과 건설 등 금리 인하 기대와 정책 인프라 투자의 수혜 업종이 중심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SDI·현대차·한화오션·LG전자·SK텔레콤 등 2차전지, 조선, ICT 대형주에 집중하면서 여전히 주도주 중심의 투자를 이어갔다.

한편 코스피의 추가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새 정부가 주주친화 정책과 불공정거래 근절 등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데다 대선 이후 통상 한 달간 34%, 1년 후 평균 14~16% 주가가 오르는 '허니문 랠리'에 대한 기대 심리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는 "단기적으로는 경계할 요인도 존재한다"며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은 물론, 미국 경제지표 부진, 미·중 관세 협상 불확실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칠 경우 단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