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 사이에서 물류비, 생산비, 원자재비 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 /사진=뉴스1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까지 제기돼 국내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허니문 랠리'로 소비회복 기대를 품던 유통가에 유가 상승발(發) 물가 인상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재가 덮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23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7시30분(한국시각) 기준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36% 상승한 배럴당 76.32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3.27% 오른 79.49달러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내 14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이 물류비, 생산비,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서다. 이는 상품 가격 인상 유발, 유통 마진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확대돼 유통업계 전반의 실적 하락을 불러온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상승했을 당시 국내 유통 기업들은 물류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보관, 운송 등 물류비 부담이 상승했다. 쿠팡, 컬리 등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물론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역시 유류비 증가로 인한 영향을 받았다.

소비 심리 위축은 내구재 및 고가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GfK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국내 가전 시장은 전년 대비 10% 하락했으며, 고가의 대형 가전은 1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K뷰티·K푸드 수출 전선 '비상'

최근 중동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전 세계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K브랜드 업계에도 제동이 걸렸다. 아모레퍼시픽, KT&G, 농심, 삼양식품, 대상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해상 및 항공 운송비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


유통 채널 기업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국제 유가 상승 및 물류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물류 효율화 등 비용 구조 개선 방안을 병행해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 또한 "아직 불안 요인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으로 원재료를 비롯한 물류비 증가 가능성이 있어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까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원가 상승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