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메모리 훈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HBM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도 생산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 첨단 패키지 팹을 새롭게 구축하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TC본더 발주까지 늘리는 모습이다. 생산 CAPA(케파)를 속도감 있게 확장하는 만큼 추가 수주 기회와 함께 성장 모멘텀이 강화될 거란 기대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새해에만 약 200억원 규모의 HBM용 TC본더를 발주했다.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각각 97억원 수준의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장비 한 대당 평균 가격이 3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6대의 TC본더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TC본더는 청주 공장에 투입된 뒤 차세대 HBM4 생산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춤했던 장비 투자가 재개되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추가 수주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TC본더는 HBM 공정의 핵심 장비로, 이번 발주가 회사의 생산 능력 및 수주 확대 의지를 방증한단 분석이다. 이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HBM 시장 입지를 더 공고화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을 찾아 25곳의 고객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핵심 고객사 수장인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리사 수 AMD CEO 기조연설에도 참석해 AI 가속기와 시스템 구조를 직접 확인하며 또 다른 시장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에 신규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3일 충북 청주에 19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팹 'P&T7'을 새롭게 짓는다고 발표했다. P&T7은 HBM 등 AI 메모리 제조에 필수적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이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7만평 부지에 마련되며 내년 4월 착수 후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후공정 시설인 P&T7은 청주 내 기존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통해 생산 역량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첨단 패키징 공정 특성상 전공정과 후공정의 접근성이 중요한 만큼 후공정 시설인 P&T7와 전공정 시설인 M15X를 청주에 함께 마련했다. 20조원 규모의 M15X는 지난해 10월 클린룸을 오픈하고 장비를 순차 반입하고 있다.
회사가 생산력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로 이어지며 관련 메모리 수요가 함께 느는 점도 긍정적이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15조원, 137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고객사와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단 계획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단순히 1등이 되는 것을 넘어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의 지속 발전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기술 우위와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