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뉴스1)

이재명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되면서 대북사업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 후보는 약 20년 전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자로 다양한 남북 협력 성과를 이끌었다. 과거 남북 경협의 주체적 역할을 했던 현대아산이 다시 사업에 나설지 주목받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 후보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주관하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 후보를 포함해 11개 부처의 인선을 발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후보는)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라고 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제31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대북 전문가다. 재임 시절인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면담한 바도 있다. 정 후보는 장시간 김 위원장을 설득해 북핵 6자회담 복귀를 결심하도록 물꼬를 틔웠다.

면담 과정에서의 노력은 같은 해 9월 '9·19 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로 복귀한다는 약속이 담겼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가장 상징적인 외교 성과로 인정받는다.

개성공단 사업도 주도했다. 정 후보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조성과 초기 운영을 주도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에도 기여했다. 이번 통일부 장관에 임명되면 남북 합의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정 후보의 통일부 복귀는 업계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정동영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 속 개성공단 재개는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은 대표적인 대북사업 기업이다. 1999년 2월 남북협력경제사업에 근거해 설립됐으며, 다양한 대북사업을 선도해왔다. 현재 금강산 관광 독점권·개성공단 개발권·백두산 관광 및 동해선, 경의선 연결 등 7개 분야에 대한 포괄적 사업권을 갖고 있다.

정 후보의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에도 대북사업 파트너로 활약했다. 개성공단 조성 과정에서 착공부지 개발, 인프라 조성 등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정 후보는 장관 시절 2005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회동에서 "현대아산을 포함, 남북협력사업자와 정부는 2인3각 관계이며 호흡을 같이해 당국 간에 잘하면 민간도 잘되고 민간협력을 잘하면 당국 관계도 잘되는 상생 관계"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당장 사업을 재개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오랜 기간 중단됐던 만큼 재추진을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단 것이다. 남북경협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북사업 재개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북측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 실행 여부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