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전혀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서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부담은커녕 언제나 저에겐 축복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공연을 앞두고 8일 국내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스승 손민수(49)와 함께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밝혔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공연을 갖는다. 스승과 제자의 '합동 연주회'다.
임윤찬은 이번 공연이 지닌 의미에 대해 "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저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동시에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 둘이 만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좋은 듀오'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서로 기계적으로 잘 맞기만 하는 듀오는 어쩌면 학생 같고 자칫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는 지루한 연주가 될 수 있다"며 "반면 두 연주자가 각자 에너지와 개성 넘치는 연주를 하지만 앙상블과 합에 균열이 있다면 듣는 사람이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무엇이 이상적인 듀오인지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건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가 좋은 듀오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총 세 곡을 연주한다. 먼저 요하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브람스 특유의 치밀한 구조와 낭만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이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을 들려준다. 마지막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다. 바르톡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인 이하느리(19)가 편곡한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작곡가 이하느리는 임윤찬과 예원학교 선후배 사이로, 임윤찬은 그를 '천재 작곡가'로 평한 바 있다. "제가 느끼는 바로는 하느리는 신이 선택한 음악가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을 잘하는 올라운더 음악가"라고 했다.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정말 마음에 든다, 뛰어난 작곡가인 하느리가 이 곡을 직접 편곡을 해주었다는 그 자체로 영광"이라며 "제가 하느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피아니스트로서도 아주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영재교육원에서 첫 사제(師弟)의 연을 맺은 뒤 오랜 시간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아 왔다. 스승 손민수로부터 받은 영향은 무엇일까.
"어느 것 하나를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 다,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손민수는 미국 보스턴 음악 명문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피아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임윤찬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뒤 세계 무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