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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가 다음달 1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일대에서 열린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라는 타이틀 때문에 소수의 건축학도나 전문가들의 잔치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장은 전혀 달랐다.
가을 정취가 완연한 최근 열린송현 녹지광장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너른 광장은 국적을 불문한 관람객으로 북적였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전시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시민이 마주한 도시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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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 다섯번째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건축·도시 문화 축제다. 전 세계 건축가·도시학자·예술가들이 모여 현대 도시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시민들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띠 형태의 구조물 '휴머나이즈 월'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24개의 벽 구조물 '일상의 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하늘을 향해 솟은 목조 구조물, 낯선 재료로 지어진 실험적인 건축물들이 공원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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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반응도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저마다의 시선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의견을 나눴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이 외국어로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은 이곳이 세계적인 담론의 장임을 실감케 한다. 한 중년 부부는 "이런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도 "막상 와보니 정말 신기하고 신선하다. 서울 한가운데 이런 전시가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고 말했다.
서울, 다시 짓는 꿈… 비엔날레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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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8일까지 열리는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영국인 건축가이자 총감독인 토마스 헤더윅이 제시한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다. 이문주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이번 주제에 대해 "토마스 헤더윅은 건축에서 모더니즘이 건물 외관의 인간적인 면을 잃게 하고 도시 환경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인간의 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항상 접하고 경험하는 건물 외관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이 인간적인 것과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건축을 포함한 모든 분야가 다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인간 중심적 사고 자체가 문제고 이런 사고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포스트 휴머니즘과 같은 흐름도 있다. 어쨌든 우리와 우리가 사는 도시, 환경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열린송현 녹지광장뿐 아니라 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이 교수는 "여러 장소에서 전시와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건 이번 비엔날레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국제적으로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하고 확장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이 건축을 친근하게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시민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표현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풍경이 가진 복합성 역시 이번 전시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 교수는 "서울의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함께 존재하는 모습은 역사를 품은 도시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서울의 특징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비엔날레의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서울 시민들이 함께 참여한 만큼 여러 면에서 서울의 전통, 역사, 문화적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고 봤다.
이 교수는 자신이 참여한 '걷기 드로잉'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옛 건물과 새 건물을 걷고 그 여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기록했다. 전통 지게에서 영감을 받아 이동식 드로잉 장치 '서울 지게'를 만들었다"면서 "우리가 모두 함께, 사람을 위한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행위가 필요한 것 같다. 여유롭게 애착을 갖고 바라보면 서울만이 지닌 아름다움이 보이고, 더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결국 건축은 '사람이 사는 법'을 설계하는 행위다.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메시지인 "건축은 감정의 언어"를 기억하며 전시를 둘러보자. 아울러 우리는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 도시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도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