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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수인(가명)씨는 이달 말 전셋집 이사를 앞두고 전세대출을 알아보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GI서울보증보험의 시스템 장애로 은행의 신규 전세대출 업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은행에서 전세대출 상담을 받았지만 신청과 승인은 SGI서울보증 전산장애 복구 후에 가능하다고 통지했다"며 "일부러 손 없는 날 이사날짜를 잡았는데 그 전에 전산이 복구되지 않으면 전세대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의 전산 시스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실수요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대출 후보증' 카드를 꺼냈으나 은행은 SGI서울보증 전산 복구가 완료된 후에 신규 전세대출을 취급할 방침을 세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연계된 신규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보증서를 담보로 한 전세대출, 자동차, 신용대출 등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사고 발생 전날인 13일 보증이 완료된 신규대출이나 대출 연장만 가능하다.
은행들은 전세대출 관련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를 통해 보증서 발급이 가능한 임차인에는 우선 대출을 실행한 뒤 나중에 보증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창구에서도 신청만 받아놓고 차후 보증받는 것이다.
SGI서울보증 전세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주택금융공사(HF) 최대 2억2000만원, 주택도시기금(HUG) 수도권 기준 최대 4억원 등으로 다른 보증기관에 비해 규모가 가장 크다. 때문에 전세 가격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 전세대출 수요자 사이에선 SGI서울보증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보증보험에서 발급하는 MCI에 가입하면 '방공제' 금액(서울 기준 5500만원)을 차감하지 않고 최대 금액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은행 관계자는 "선대출 후보증은 SGI서울보증의 사전 심사를 통과한 기존 신청 차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HUG와 HF는 공공성이 강하고, 무조건 무주택자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있는데 SGI서울보증은 민간기관이라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SGI를 보증기관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사실상 다른 보증기관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SGI서울보증은 전세대출 등 전산 장애에 따른 피해 금액을 전액 보상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스템 장애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신고센터' 운영하고 있다.
피해신고센터는 피해 신청이 없을 때까지 무기한 운영할 방침으로 SGI서울보증은 신고내용을 검토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피해 금액이 확정될 경우 전액 보상할 방침이다.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이사는 "한 건의 피해도 빠짐없이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전담센터를 설치했고 추후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