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당시 긴박했던 신고 당시 내용이 공개됐다. 사진은 지난 21일 총격 피의자의 거주지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사건과 관련한 긴박했던 신고 당시 내용이 공개됐다. 생일잔치 당시 아파트 방 안에 있던 외국인 여성이 피의자를 피해 대피한 후 다른 아파트 주민이 신고했던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지난 25일 뉴스1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은 사제총기 살인 사건 신고 녹취록을 통해 해당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12에 사건이 처음으로 접수된 시간은 지난 20일 밤 9시31분으로 통화는 2분가량 이어졌다.


아버지가 쏜 총에 맞아 숨진 33세 남성 A씨의 아내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O동 O호"라는 말로 신고를 접수했다. 이어 "누가 누가 총을 쐈다. 저희 남편이 총을 맞았다. 빨리 와달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 아내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빨리 들어가 방으로 들어가"라고 재촉했다. 경찰관은 위치를 다시 확인하면서 "총을 쐈냐"고 되묻자 A씨 아내는 "총을, 총을 만들어 갖고 왔다"고 답했다.

'남편이 어디 총을 맞았냐"는 물음에 A씨 아내는 "애들이 있다. 배에 좀 맞았다. 근데 애들 있다.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 경찰관은 "아버지가 술 드시고 온 것이냐"고 물었고 A씨 아내는 "아니다. 생신파티 중에 잠깐 밖에 나갔다"고 덧붙였다.


생일 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방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외국인 가정교사가 있었다.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간 그는 아래 층 한 집에 들어가 구조를 요청했다. 해당 집 주인이 대신 112에 신고했고 이 주민은 "누가 총을 들고 있다고 외국인이 들어왔는데 빨리 출동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피해자 중 한분은 외국인"이라며 "이 사람이 저희집으로 도와달라고 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울고 패닉상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총격 발생 이후 안방으로 숨었던 A씨 아내는 피의자 B씨(62)가 가정교사를 뒤쫓아 밖으로 나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원격 장치로 현관문을 열수 있다고 경찰에 알렸고 "아버지가 안에서 장전하고 있다. 조심하라"고 경찰에 알리기도 했다. A씨 아내는 "현관문 열어드릴 수 있으니 현관으로 가달라. 남편이 쓰러져 있고 출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A씨 아내는 또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며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찰관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 전화드리라고 하겠다"고 했다. 하지마 곧바로 전화가 오진 않았다.

A씨 아내는 다시 112에 전화해 "전화가 오지 않는다. 빨리 들어와달라"고 이야기했고 "남편 죽으면 어떡하냐. 빨리 전화달라"고 애원했다.

112상황실은 사건 발생 시 내려지는 최고 단계 긴급 지령인 '코드제로'(0)를 발령하고, 신고 접수 2분 뒤인 밤 9시33분 소방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이어 밤 9시35분쯤 경찰특공대 출동을 요청했다.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인 밤 9시41분 현장에 도착했고, 같은 시각 B씨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파트 1층에 도착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경찰관들은 B씨의 인상착의를 몰랐고 외부에 있던 주민에 섞인 B씨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