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최근 야구계에는, 외야 전력이 떨어지는 한화 이글스가 트레이드 기한 마감 전 타격 능력이 뛰어나고 검증된 외야수를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됐는데, 루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KBO리그 통산 안타 1위' 손아섭(37)이 독수리 군단에 합류했다.
한화가 올 시즌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 31일, NC 다이노스에서 뛰던 손아섭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손혁 한화 단장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KBO 실행위원회 일정 중 손아섭 트레이드를 먼저 제안했고, 임선남 NC 단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두 구단은 일사천리로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후 8시5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잠재력 있는 투수를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한화는 현금 3억 원과 내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며 큰 출혈을 피했다.
선두를 질주 중인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6년 만의 정상 탈환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2007년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손아섭은 '우승 청부사' 역할을 맡아 한을 씻을 기회를 얻었다.

한화는 59승 3무 37패로 2위 LG 트윈스에 2경기 차 앞선 선두를 지키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3.42) 1위와 타율(0.262) 4위 등 탄탄한 팀 전력을 과시한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구축한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고 불펜과 타선 역시 다른 팀과 비교해 크게 부족함이 없다.
다만 공격력이 뛰어난 외야수와 1번 타자는 고민거리였다.
중견수 루이스 리베라토와 좌익수 문현빈이 붙박이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우익수는 확실한 주전이 없었다. 이진영과 김태연의 타율은 각각 0.272와 0.270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
특히 한화의 1번 타자 타율은 0.248로 10개 구단 중 8위이며, 출루율은 0.320으로 최하위다. 1번 타자는 최대한 많이 출루해 후속 타자에게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한화에서는 누구도 그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황영묵, 이원석, 에스테반 플로리얼, 김태연, 이진영, 최인호, 안치홍, 이도윤 등 수많은 선수를 1번 타자로 기용할 정도로 한화는 올 시즌 내내 리드오프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를 끝으로 NC와 프리에이전트(FA) 4년 계약이 마무리되는 손아섭을 데려왔다.

손아섭은 KBO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통산 2134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은 안타 2583개를 생산했다. 통산 타율도 0.320으로, 3000타석 이상 기준 6위에 올라있다.
그는 1~3번 타자를 두루 맡을 수 있는 타자다. 특히 2023년에는 NC의 1번 타자를 맡아 타율(0.339)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나 콘택트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다. 손아섭은 올 시즌 76경기에서 타율 0.300(240타수 72안타)을 기록 중이다.
손아섭이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 변함없는 기량을 펼친다면 한화는 1번 타자와 우익수,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손아섭에게도 한화 이적은 절호의 기회다. 그는 2010년부터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왔지만 한 번도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우승은 손아섭이 꼭 이루고 싶은 마지막 목표다. 그는 여러 차례 "누구보다 우승 갈증이 크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은 2021년 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까지 포기하고 2020년 통합 우승팀 NC로 이적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러나 NC에서 보낸 지난 세 시즌 동안 정규시즌 성적은 6위-4위-9위에 그쳤다.
이제 우승에 목마름이 큰 한화와 손아섭이 힘을 모은다.
독수리 군단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은 1일 광주로 이동, 김경문 감독 포함 한화 선수단과 첫인사를 나눈다. 이후 선수단과 동행하며 치료받다가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