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시내 도로 전광판에 '서울지역 폭염경보' 문구가 표출되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올여름, 무더위 때문에 K리그가 취소될 수도 있을까?

K리그 중위권 순위 다툼이 한참인 요즘, K리그는 불덩이처럼 달궈진 한반도 기온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 열대야 일수는 무려 23일이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117년 많에 가장 많은 열대야였다. 서울뿐 아니다. 올해 7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2.0도로, 1994년의 33.1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더웠다. 그야말로 전국이 '가마솥'이다.

실외에서 90분 동안 쉼 없이 뛰어야 하는 K리그는 무더위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난 축구계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과 준비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자연재해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K리그 경기 중 물을 마시는 선수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태풍이나 강우, 황사 같은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무더위 때문에 K리그를 취소 및 연기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대회 요강 제16조를 통해 강설·강우·폭염 등 악천후로 인해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거나 시간 연기가 필요할 경우 중지 또는 연기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강설과 강우만 중지 및 연기의 사유였으나, 올해부터는 폭염이 새롭게 추가됐다. 기준 기온이 있는 건 아니다. 경기감독관 판단하에 너무 덥다고 판단되면 경기를 연기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악천후로 K리그가 취소된 사례는 총 여섯 번이다. 2019년 여름에는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덮쳐 두 경기가 취소됐다.

2020년 7월 제주SK와 부천FC의 경기는 안개로 골대조차 보이지 않아 취소됐고, 2023년 8월 안산 그리너스와 충북청주의 경기는 천둥과 번개에 따른 안전 문제로 취소됐다. 2018년 11월엔 상주(현 김천) 상무와 강원의 경기가 폭설로 두 시간 연기돼 킥오프하기도 했다.

남은 여름 폭염이 계속 기승을 부린다면, 무더위 때문에 K리그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열대야가 이어지는 27일 밤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단지의 온도계가 33.7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8도, 경기 안성은 40도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폭염을 나타냈다. 2025.7.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도를 넘은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킥오프 시간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해 K리그1은 5월 4주 차부터 9월 2주 차까지, K리그2는 6월 1주 차부터 9월 1주 차까지 모든 경기를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 이후 개최하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기는 관중 귀가 등을 고려해 오후 7시로 예정됐다.

하지만 올해는 야간 경기도 소용이 없다. 지난달 2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FC안양의 경기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기온이 33도에 육박, 마치 낮 경기를 치르는 듯했다.

이에 일부 구단들은 프로축구연맹에 킥오프 시간을 더 늦출 것을 건의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곧바로 수요 조사를 실시했고 8월 경기에 한해 홈 팀과 원정 팀이 합의만 하면 킥오프 시간을 오후 7시 30분 혹은 오후 8시로 늦출 수 있도록 시간 조정 재량권을 부여했다.

홈 팀의 킥오프 변경 공문과 원정 팀의 동의 공문만 있으면 바꿀 수 있다. 변경은 8월 8일 열리는 경기부터 가능하다.

무더위로 경기 시간 변경의 길이 열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