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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줄이고 퇴근 빨리하는 게 좋잖아요."
20대 중반 회사원 A씨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픽업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탄력근무제로 운영돼 정해진 출퇴근 시간 대신 주 40시간만 채우면 된다. 휴식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각자 상황에 맞게 설정할 수 있어 최근 A씨는 점심시간을 30분 정도 갖고 퇴근을 앞당기는 것을 선택했다.
A씨뿐만 아니라 최근 점심을 30분 정도 간단히 하고 퇴근을 시간을 당기거나 점심시간 30분 동안 자기 계발, 휴식 등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20대 사이에선 간편식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개인 시간을 갖는 '스내킹족'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미국처럼 말이다. 미국 기업 내에선 점심시간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있다고 해도 30분 정도 짧은 시간에 식사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밥심'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선 점심시간도 업무로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최근 20대 내에서 스내킹족이 늘어나면서 한국 업무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피스타운, 샌드위치·샐러드 가게로 몰리는 젊은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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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종각역 부근 샌드위치 가게와 샐러드 가게엔 젊은 손님들이 홀로 먹거나 픽업을 대기하는 줄이 상당했다. 광화문 인근 한 샌드위치 가게 관계자는 주로 픽업 주문하는 손님 연령대에 대해 "20~30대 손님이 제일 많다"며 "간단하게 식사하시는 분 위주로 픽업 주문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근무 중인 기업처럼 탄력근무제를 하는 기업도 많아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 점심시간 1시간이 고정적이다. 그렇다면 점심을 간단히 해결해도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는 이들이 스내킹족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후반 회사원 B씨는 업무상 유연근무제로 일하기보단 정해진 근로 시간에 일해야 한다. 하지만 B씨는 최근 샐러드 볼,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30분 정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B씨는 "아직 일할 날이 많지만 그래도 이제 정년에 비해 사람이 더 오래 살지 않나"라며 "회사가 언제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니까 미래를 미리 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매일 30분씩 공부하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팀 사람들과 같이 점심 먹고 대화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을 위해 성장할 시간을 갖는 게 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내킹족, 한국 점심 문화 변화 바꿀 수 있을까?
점심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활용하는 스내킹족이 생겨나면서 한국 업무 문화, 점심 문화도 바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샌드위치, 샐러드 등 간편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스내킹족에 발맞춰 식품업계에선 다양한 간편식이 판매되고 있다. GS·CU 등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샐러드 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됐고 투썸플레이스·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반미, 파니니, 샌드위치, 샐러드 등 여러 간편식 메뉴가 나오고 있다.다만 탄력근무제나 선택적 근무 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 시간을 운용하는 기업도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스내킹족이 되고 싶어도 여건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을 보면 중소기업 전체 중 15% 정도만 유연근무제를 채택했다. 대기업 중에선 지난해 36.6%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