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전설적 연출가' '실험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84세.
그가 설립한 미국 뉴욕 워터밀 센터는 31일 "윌슨은 짧지만 급성으로 진행된 병을 앓은 끝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태어난 윌슨은 1960년대 후반 뉴욕에서 퍼포먼스 그룹 '버드 호프먼 스쿨 오브 버즈'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1976년 작곡 필립 글래스와 함께 4막짜리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공동 창작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을 "20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이후 '데프맨 글랜스', 12시간 길이의 '요제프 스탈린의 생애와 시대' 등 말 없는 오페라를 통해 무대 예술의 실험성을 한층 확장했다. 1971년 드라마 데스크상 연출상, 2013년 영국 올리비에 상 오페라 부문을 수상했다.
시각 예술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가구 디자인과 드로잉, 조각 등 다방면의 작업을 이어갔고,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조형 작품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2015년 10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선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연극 '메리 스튜어트'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렸다. 같은 달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담과 특별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