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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1조8000억원 규모의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사업자간 소송으로 확산했다. 발주처인 경기도는 공정 지연을 이유로 사업을 맡았던 CJ 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와 계약을 해지 후 지난달 3000억원대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이에 CJ 측은 5000억원대 채무부존재 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공사가 지연된 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 원가 상승 등 대외 요인도 있지만 착공 시점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안 공정률이 3%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CJ가 사전에 사업성 분석 등을 철저히 하지 않고 무리한 수주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CJ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3134억원)과 손해배상 청구(1814억원) 등 총 516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CJ는 소송에서 ▲인허가 지연 ▲한류천 수질 개선 미비 ▲대용량 전력 공급 불가 ▲경기도의 협력 의무 미이행 등이 사업 지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CJ ENM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 부지에 K팝 아레나와 테마파크, 상업·관광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경기도는 2016년 CJ 측과 'K컬처밸리 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했지만 준공이 수년째 지연돼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 지난해 협약을 해제했다.
지난달에는 기본협약에 따른 개발 기한(2020년 8월) 의무 위반을 들어 준공지연 위약금 등 총 3144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경기도와 GH는 공정률이 통상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질과 전력 공급 등 문제가 발생한 일부 부지를 제외한 건축물의 공정률은 더 진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지연 책임 공방… "사업 의지 없다" vs "행정이 발목 잡아"
GH 관계자는 "사업의 핵심인 아레나 부지는 전력 등 문제가 없었다"면서 "경기도와 고양시가 인허가 해결에 미흡했을 수 있지만 사업자가 자기 역할을 다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했어야 한다. 협약 체결 후 지난해까지 8년간 아레나 공정률이 10%대인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반박했다.GH에 따르면 계약 해제 당시 전체 공정률은 3%, 핵심 시설 아레나는 17% 수준이었다. 개발 기한이 도래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고 2년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대외 환경이 급격히 변동한 상황에 수익성이 하락한 사업자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착공이 2016년 8월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행정 지연만이 공사 연기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GH 입장이다.
CJ 측은 기관의 비협조로 행정 절차에만 약 4년이 허비했다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인프라 문제 해결과 인허가 등을 적극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공정률도 업계가 통상 계산하는 기준으로 10%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지체상금의 산정 근거에 대해서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CJ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불가항력 변수가 있었으므로 감면이 이뤄져야 하고 지체기간을 합하면 지체상금은 최대 10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며 "사업성 분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총 4차례의 사업계획변경은 필요한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측은 법률 자문에 따라 판례상 인정되는 지체상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새 준공 목표일인 2029년 12월까지 지체기간을 산정해 지체상금 규모가 커진 만큼 향후 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CJ가 제기한 소송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GH는 지난해 해당 사업을 민간·공영 투트랙 방식으로 전환하고 민간 사업자 공모 평가를 진행중이다. 오는 10월까지 대상자를 선정해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