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인 7월, 여행 준비 방식은 AI의 등장을 계기로 혁명적으로 변화했다. 과거엔 항공료를 비교하려고 수십 개의 사이트를 헤매야 했다. 이젠 AI에게 가격 비교를 요청하거나, 언제쯤 항공료가 떨어질지 물으면 된다.
개인 여행자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준비하려면 네이버 블로그나 구글 리뷰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제는 프롬프트로 시작된다. "3박 4일 일본 교토 여행 일정을 짜 주세요." 같은 기본적인 요청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책방과 문구점 투어를 주제로 삼고 싶어요. 식사는 비건 레스토랑으로, 저녁엔 조용한 바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숙소 근처 바도 알려주세요." 같은 섬세한 요청까지 다양하다.
이제는 누군가 여행 계획을 세운다고 하면 "챗GPT에 물어봤어?"라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자의 약 80%는 AI를 여행 영감부터 예약과 계획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충청북도 제천에 다녀왔다. 숲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다. 제천의 특색 있는 약채락(약이 되는 채소와 약초를 맛있게 즐긴다는 의미)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자 했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았다.
걷다가 눈길이 닿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섰다. 주인장은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예감이 좋았다. 직접 기른 채소와 손수 만든 두부, 옛방식으로 담근 장아찌까지. 작은 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정성과 시간이 만들어낸 작품 같았다. 순간, '살아 있음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검색을 아무리 해도, AI에 몇 번을 물어도 나오지 않는 식당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묵호에는 '오뚜기 장칼국수'라는 오래된 식당이 있다. 장칼국수는 칼국수에 고추장을 풀어 칼칼하게 먹는 음식으로, 곰치국이나 물회와 함께 묵호를 대표하는 메뉴다.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금세 끓여 먹을 수 있어, 묵호항 어민들의 '소울푸드'로 불린다. 묵호에는 장칼국수 식당이 수십 곳 있지만, 오뚜기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현지인들은 장칼국수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고개를 갸웃하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 식당엔, 머리 희끗한 할머니가 있다. 계산을 마친 손님에게 꼭 한마디를 건넨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라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여행지에서, 다정한 덕담 하나에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 그 짧은 인사 한마디가 여행의 온도를 바꿔준다.
여행의 진짜 가치는 아날로그에 있다. 그 온기만큼은 어떤 기술도, 어떤 알고리즘도 대신할 수 없다. AI는 훌륭한 길잡이다. 하지만 여행의 감동과 향기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로 여행을 채우고, 그 온기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돌아온다. 결국, AI는 '길잡이'이고 여행의 진짜 주인공은 여전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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