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2023년 10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뉴시스DB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자진퇴임을 압박하면서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기 사장은 2022년 11월 취임해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 사장은 에너지 분야와는 무관한 경력 탓에 취임 당시부터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정 사장은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2006년 대전 대덕구청장을 지낸 뒤 새누리당 소속 후보로 19·20대 국회의원 출마해 잇따라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나 이후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상임정무특보를 역임했다.

국회의원 활동 기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 등을 거치긴 했으나 에너지 분야가 주무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경력은 없다. 이 때문에 난방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후 줄곧 에너지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정 사장이 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7월 발표된 감사원의 난방공사 정기감사 결과에서 예산낭비와 열수요 예측 부실 등 운영상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난방공사는 2023년 10월 온라인교육 등 명목으로 138만원의 태블릿PC 2118대를 구입해 모든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온라인 교육이 목적이라던 취지와 달리 감사 결과 2023년 필수교육에 태블릿PC로 접속한 임직원은 0.2%에 그쳤다.

열 수요 예측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외기온도 예보나 관측 자료를 수집하면서 각 지사 소재지와 시간대에 맞는 기상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더 먼 곳의 자료로 수요를 예측해 정확도가 저하됐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감사원의 감사에서 적발된 난방공사의 위법·부당 사항은 총 16건에 달한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6건에 대해 징계 및 주의조치를 내렸다.

정 사장 체제에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다. 2022년 349.4%였던 부채비율이 이듬해 281.1%로 축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수익성 제고 등의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아닌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회계처리 방법 변경 등에 따른 회계상 비채비율 축소에 불과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사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5000억원)과 연료비 정산금(미수금)을 매출원가에서 차감하는 회계처리로 수익 증대 효과를 본 것일 뿐,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실제 부채비율은 2023년 506.4%에 이르렀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병이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알 박기한 기관장은 스스로 옷을 벗기 바란다"며 대통령과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