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왼쪽에서 다섯번째)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5' 개막식에서 관계자들과 긴며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명 강남구청장,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대표,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 김 여사, 구자열 키아프 조직위원장,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조상현 코엑스 사장. 2025.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미술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의 '프리즈 서울 2025'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작품 판매와 관람객 유치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프리즈는 활발한 고가 작품 거래로 글로벌 시장의 자신감을 입증했고, 키아프는 2030 컬렉터의 증가와 신진 작가 발굴로 미술 시장 저변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두 아트페어는 서울이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음을 증명했다.


이제 두 아트페어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2027년 이후에도 파트너십으로 동행을 계속하느냐부터 결정해야 한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5' VIP 프리뷰 데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은 30여 개국 12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서 입지를 다진다. '프리즈 마스터스'와 '포커스 아시아' 등 주요 섹션을 통해 페어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준다. 2025.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프리즈 서울: 한국 미술시장의 아시아 허브 잠재력 입증

제4회 '프리즈 서울 2025'가 6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미술 시장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며 서울이 글로벌 미술 시장의 핵심지로 자리매김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9월 3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나흘간 진행된 프리즈 서울은 28개국 121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48개국에서 7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해외와 국내 주요 갤러리들이 기록한 높은 판매 실적은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해외 주요 갤러리 중 하우저앤워스는 마크 브래드포드와 조지 콘도의 작품을 각각 62억 6000만 원, 16억 7000만 원에 판매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화이트 큐브와 스프루스 마거스, 타데우스 로팍 역시 고가의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거래하며 글로벌 컬렉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갤러리의 성과도 눈에 띄었다. 학고재는 김환기의 유화 작품을 20억 원에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박서보와 하종현 등 거장들의 작품 30여 점을 판매했다. 갤러리 현대는 정상화의 회화를 8억 3천만 원에, PKM 갤러리는 윤형근과 유영국의 작품을 고가에 판매하며 K-아트의 위상을 높였다.

프리즈 서울은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장을 넘어, 예술 생태계 전반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었다. 을지로, 한남 등 서울 전역에서 열린 '네이버후드 나잇'은 많은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고, '리즈 하우스 서울'의 개관은 페어 이후에도 전시와 예술 담론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했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이 단순한 시장 중심지를 넘어 세계 예술 담론의 무대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5' VIP 프리뷰 데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올해 '공진'(Resonance)이라는 주제로,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와 프리즈 서울,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들과의 협업을 강화했다. 2025.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키아프 서울: 미술시장 불황 딛고 새로운 가능성 제시

7일에는 미술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키아프 서울 2025'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며, 소비 심리 회복과 시장 저변 확대를 확인했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증가한 8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져 새로운 컬렉터층의 형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키아프는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 작품이 고르게 판매되며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국제갤러리가 박서보의 '묘법'을 4억 원대에 판매하고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시리즈를 완판하는 등 굵직한 거래가 성사됐다. 갤러리 제이원은 바바라 크루거 작품을 5억 원대에, 가나아트는 시오타 치하루 작품을 3억 2000만 원에 판매했다.

해외 갤러리들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갤러리 바자우는 이응노 작품을 1억 4000만 원에,갤러리 델레이브는 아야코 록카쿠 작품을 고가에 판매했다. 야리라거 갤러리는 로즈 와일리 판화 17점을 전량 판매하며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키아프는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소개하는 프라이머리 마켓으로서 역할을 강화했다. '2025 키아프 하이라이트'에 선정된 박그림, 박노완, 이동훈 작가 등이 주목받고 작품 판매로 이어지며, 신진 작가 발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관람객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버스 캐비닛' 특별전, 토크 프로그램, '갤러리즈 나잇'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예술이 일상 속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는 미래 미술 시장을 지탱할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며, 키아프가 한국 미술이 세계와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2025' VIP 프리뷰 데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키아프 서울은 올해 '공진'(Resonance)이라는 주제로,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와 프리즈 서울,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들과의 협업을 강화했다. 2025.9.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파트너십 계속될까: 장기적 안목의 전략적 비전 필요

'프리즈 서울 2025'와 '키아프 서울 2025'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서 두 아트페어의 파트너십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행사는 같은 기간 코엑스에서 개최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즈는 세계적 갤러리와 컬렉터를 유치하며 서울의 위상을 높였고, 키아프는 국내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양측 모두 협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한 만큼, 내년에도 파트너십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프리즈 서울은 작품의 질적 향상을 계속하며 여러 글로벌 아프페어 속에서 서울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해야 한다. 고가 위주의 작품이 미술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대응해야 한다. 키아프 서울은 규모를 키웠지만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화랑들을 계속 발굴하고 해외 유명 갤러리와 차별화된 한국 미술의 진수를 보여줄 큐레이션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두 행사가 함께할 경우 서울이 글로벌 아트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파트너십 유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리즈의 사이먼 폭스 CEO는 지난 4일 "프리즈와 키아프의 파트너십 관계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키아프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도 5일 "키아프와 프리즈가 향후에도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협회의 내부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