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호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모드'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대표팀과의 원정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새로운 전술과 선수 조합을 테스트하면서 승리까지 거두는 가장 이상적인 내용과 결과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평가전에서 전반전에 나온 손흥민과 이동경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당장 9개월 뒤 월드컵 본선이 펼쳐지는 땅에서 우리보다 FIFA 랭킹이 앞서는 팀(미국 15위, 한국 23위)을 제압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비롯해 많은 것을 손에 넣은 경기였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을 실험했다.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내내 포백을 가동했던 홍 감독은 지난 7월 국내 선수들로 참가한 동아시안컵에서 사실상 처음 스리백을 선보였는데, 유럽파를 비롯해 정예 멤버가 호출된 9월 첫 평가전에서도 후방의 변화를 도모했다.
대부분 우리가 지배했던 아시아 국가와의 경기와 달리, 월드컵 본선에서는 '주도권'을 내줄 확률이 높은 현실을 감안한 복안이었다. 손발을 맞춘 시간이 아직 많지 않아 완성도는 떨어졌으나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변화였다.
경험 풍부한 김민재를 중심에 세우고 김주성과 이한범이라는 젊은 센터백을 좌우에 배치한 백3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경기 막판 집중력이 떨어져 몇 차례 찬스를 내주기는 했으나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와 함께 끝까지 골문을 사수했다.

돌아온 김민재는 확실히 힘과 높이에서 상대를 압도했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과 과감한 판단력 등 레벨이 다른 수비수임을 재입증했다. 스리백 전술에서 역할이 아주 중요한 좌우 윙백 이태석-설영우도 왕성한 활동량과 밀리지 않는 스피드로 홍 감독 구상에 힘을 실었다.
확고부동한 주전 설영우와 점점 입지가 커지는 이태석은 한동안 대표팀의 가장 큰 숙제였던 사이드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주고 있다. 4년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된 정상빈은 후반 막판 설영우를 대신해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 특유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다른 컬러의 옵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손흥민 전진 배치도 성공적이었다. 지금껏 토트넘과 대표팀에서 주로 날개 공격수로 활약한 손흥민은 최근 LA FC 이적 후 원톱으로 뛰고 있다. 맞물려 홍 감독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최전방 공격수 투입을 예고했는데, 도드라진 결과물을 냈다.
선발로 출격한 손흥민은 전반 18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각이 좁은 상황에서 선제골을 뽑아냈고 전반 43분에는 박스 안에서 몸싸움을 이겨내고 공을 간수한 뒤 이동경의 추가골을 도왔다. 공격 포인트 장면을 포함, 필요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움직임과 노련한 쇄도로 상대 수비라인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홍 감독이 원했던, '임팩트' 있는 활약이었다.

이재성, 이강인, 이동경, 배준호, 정상빈에 이번 원정에서 빠진 황희찬까지, 측면 공격수로 뛸 젊은 자원이 많고 반면 확실한 무게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없는 상황에서 'SON TOP'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상대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조커'로 투입할 수 있고, 원래대로 익숙한 윙어로 내보내는 등 선택지가 다양해 진 것도 장점이다.
옌스 카스트로프를 과감하게 발탁한 것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그간 '순혈주의'가 강했던 한국 축구 풍토에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외국 태생 국가대표로, 선발과 동시에 큰 화제가 됐는데 곧바로 데뷔전을 소화했다.
미국전 후반 19분 김진규를 대신해 필드를 밟은 카스트로프는 여러모로 낯설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움직임과 터프한 맨마킹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알려진 대로 '싸움닭' '파어터' 유형이었지만 볼 터치까지 투박하진 않았다.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 보다 익숙해진다면 중원에 좋은 옵션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험'에 방점이 찍힌 미국전이었으나 내용과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외부 여론도 후해졌고 무엇보다 내부 자신감이 커졌다는 게 반갑다.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의 첫 단추를 잘 끼우며 홍명보호의 방향성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