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이 아쉽게 불발됐다. 그러나 현지의 뜨거운 호평 속에서 200개국 선판매를 기록해 주목받는다.
6일 오후 7시(이하 현지 시각, 한국 시각 7일 오전 2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는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영예의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진 '어쩔수가없다'는 무관에 그쳤다.
이에 외신 데드라인에 따르면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쩔수가없다'가 무관한 것에 대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알렉산더 페인은 "21편의 영화를 엄선해 겨우 8편밖에 못 뽑았다"라며 "과정을 공개하면 안 되지만, 물론 박찬욱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말 좋아했지만 결국 최종 8편에 들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영화를 좋아했다"며 "영화제엔 불공평한 게 있다, 이게 저거보다 낫다고 말해야 한다는 거다, 사실 그렇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박찬욱 감독은 배급사 CJ ENM을 통해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다"라며 짧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후 한국 영화로는 13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말 현지에서 열린 상영회 당시 9분간 기립 박수를 끌어냈고, 영화제 공식 데일리인 시아크 인스트라(CIAK in Mostra)가 공개한 별점 평가에서 3.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현재 신선도 100%를 기록 중이다.
수상의 기쁨을 누리진 못했지만,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어쩔수가없다'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이미 순제작비 170억 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배급사 CJ ENM에 따르면 북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남미에서 구매를 확정한 가운데, 이외 국가에서도 연이어 판매가 진행됐다. 이는 순제작비 이상의 해외 선판매 세일즈 성과이자, 박찬욱 감독 연출작 중 최고 기록인 '헤어질 결심'의 192개국 선판매를 뛰어넘는 수치다. 또한 CJ ENM이 배급한 역대 한국영화 최고 해외 판매 성적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다.
이 작품은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내년 치러질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20년 만에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세 차례 수상하며 국제적인 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올드보이'(2004)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2022)으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