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남자 테니스계가 카를로스 알카라스(1위·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2위·이탈리아)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 둘은 최근 2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을 양분하며 과거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버금가는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다.
8일(한국시간) 막 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 남자 단식 우승자는 알카라스였다. 그는 결승에서 신네르를 3-1(6-2 3-6 6-1 6-4)로 누르고 2022년 이후 3년 만에 US오픈 정상을 탈환했다.
이로써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올해 열린 4번의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우승을 사이좋게 2번씩 나눠 가졌다.
시네르가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정상에 올랐고,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25회)에 도전한 노박 조코비치(4위·세르비아)는 두 선수에 가로막혀 무관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메이저대회는 시네르와 알카라스가 번갈아 가며 정상에 섰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만든 '빅3'의 시대가 저물고 완벽한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빅2'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올해 두 선수는 3회 연속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맞붙는 진기록도 썼다. 3회 연속 메이저 결승 동일 대진은 지난 2011년 윔블던과 US오픈, 2012년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까지 4회 연속 결승에서 대결한 조코비치와 나달 이후 13년 만이다.
ESPN은 "올해는 2002년 이후 빅3(조코비치·페더러·나달) 중 그 누구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첫 시즌이었다"면서 "새로운 지배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 바통이 이미 넘겨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빅2'라는 장애물은 투어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에게 닥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US오픈 준결승에서 알카라스에 패한 조코비치는 "앞으로 5전 3선승제의 그랜드슬램에서 신네르와 알카라스를 극복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 US오픈 8강 진출자이자 방송인 패트릭 매켄로는 "신네르와 알카라스가 앞으로 3~4년 동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두 선수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이들의 아성을 무너뜨릴 도전자의 등장 여부다.
첫손에 꼽히는 선수는 단연 조코비치다. 올해 두 선수에 밀려 무관에 그쳤지만 조코비치는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뜻을 밝힌 상태다. 메이저 최다 우승에 도전하는 건 여전히 조코비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커리어 하이 랭킹을 찍은 벤 셸턴(6위·미국)과 브라질의 10대 선수 주앙 폰세카(44위)도 미래의 도전자로 손꼽힌다.
ESPN은 "앤디 머레이,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가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시대에 승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듯, 현재 테니스 생태계에는 다른 선수를 위한 자리도 있다"고 밝혔다.